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31일 의장국인 한국의 경주에서 공식 개막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의장 자격으로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본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APEC 주간"의 결실을 맺기 위한 최종 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정상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21개 회원국의 공동 의지를 담아낼 "경주선언"의 채택 여부다. 하지만 선언문의 핵심 가치인 "자유무역" 문구를 포함하는 문제를 두고 미국과 여타 회원국 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최종 조율 과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앞서 열린 각료급 회의에서 이미 표면화됐다. 30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APEC의 핵심 취지인 자유무역 문구를 선언문에 넣는 것에 대해 "막판 협상을 하고 있어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다른 회원국들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당초 경주선언의 토대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외교·통상 각료회의의 공동성명 채택 역시 불발된 상태다. 정상회의 기간 중 이견을 최종적으로 좁혀 선언문을 도출해내는 것이 의장인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정상회의 첫날인 오늘은 "무역과 투자를 증진시키기 위한 각국의 협력 방안"이 공식 의제로 논의된다. 21개 회원국 정상 외에도 칼리드 아부다비 왕세자(아랍에미리트연합)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특별 초청 인사 자격으로 참석한다.
다만, 이번 APEC 주간 내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박 2일간의 국빈 방문 및 미중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먼저 귀국길에 올랐다. 이에 따라 오늘 열리는 APEC 본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참석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의장 역할 수행과 별도로, APEC을 계기로 방한한 정상급 지도자들과의 릴레이 양자 회담 일정을 계속 소화할 예정이다.
한편,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 인근 국제미디어센터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취재진들로 이른 아침부터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29일 시작된 글로벌 기업인들의 행사인 "CEO 서밋" 역시 이날까지 일정을 이어간다. 특히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오늘 오후 3시 55분경,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엔비디아의 미래 비전에 대한 연설을 진행한 뒤 별도의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어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