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빠르게 시작된 가운데, 환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배를 넘어서는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변이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H3N2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확산하면서 백신 효과 저하와 중증 환자 발생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호흡기융합세포바이러스(RSV)까지 동시 유행하는 이른바 '트리플데믹'의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공중 보건 체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외래환자 1천 명당 독감 의사 환자(ILI) 수가 50.7명을 기록하며 직전 주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이는 보건당국이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하는 기준치인 4.9명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치이며,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무려 12배가 넘는 환자 발생률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고열과 근육통을 동반한 감기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 환자들이 몰리는 소아청소년과 병원은 하교 시간 이후 진료를 대기하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감상 독감 유행이 평소보다 약 한 달 정도 빠르게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본격적인 겨울철 추위가 도래하기 전에 이미 감염 확산 속도가 임계치를 넘어섰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번 독감 유행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H3N2형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H3N2 바이러스는 지난 1968년 '홍콩 독감'으로 불리며 전 세계적인 팬데믹을 일으켰던 유형이다. 감염내과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변이가 잦아 백신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유행 규모가 커질 경우 특히 면역력이 취약한 고령층 및 기저질환자 사이에서 중증 환자 발생 위험이 다른 유형보다 상당히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독감 환자 수의 증가를 넘어, 의료 자원의 집중적인 투입이 필요한 중환자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더해, 호흡기 관련 바이러스 세 가지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리플데믹' 상황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독감 외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지속적인 변이와 확산, 그리고 영유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호흡기융합세포바이러스(RSV) 감염이 동시에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 가지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할 경우, 각 바이러스에 대한 진단과 치료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으며, 발열 증상만으로 감염병의 종류를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더욱이 영유아와 고령층 등 취약 계층의 입원 환자가 급증하여 병상 및 의료진 부족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보건당국은 독감 유행이 정점에 달하기 전에 선제적인 방역 강화 조치를 요구받고 있다. 당장 주말을 기점으로 북쪽의 찬 공기가 한반도를 뒤덮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영하권의 겨울 날씨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보되어 있어, 밀폐된 공간에서의 바이러스 활동력이 극대화되고 환자 수가 더욱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독감과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중증화 방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대책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개인 차원에서는 마스크 착용 생활화, 손 씻기 등 위생 수칙 준수, 그리고 급격한 기온 변화에 대비하여 적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하고 있다. 정부는 이례적인 독감 유행 상황에 대응하여 백신 접종률 제고와 함께 의료기관의 호흡기 환자 분리 진료 시스템 점검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