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단순한 지식 암기나 문제풀이 기술보다, 학교 수업을 통한 개념 이해 중심의 평가로 방향을 전환했다. 교육과정의 기본과 핵심 내용만을 반영하고 사교육 의존형 문항을 철저히 배제해 공교육 정상화의 원칙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출제위원장 김창원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는 13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모든 문항을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했다”며 “기본 개념과 필수 학습 요소 중심으로 구성해 학교 수업만으로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풀이 기술이나 반복 훈련으로 유리해지는 문제는 배제했다”며 “필요한 변별력은 적정 난이도를 통해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선택과목 제도에 따른 유불리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목 간 난이도 조정에도 신경을 썼다. 김 위원장은 “과목 선택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목 간 난이도 균형을 유지했다”며 “특정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정했다”고 강조했다.
영역별로는 국어와 영어는 다양한 소재의 지문을 활용해 독해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평가하고, 수학·탐구·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교과 특성을 반영해 사고력 중심 평가로 구성됐다. 필수 응시 과목인 한국사는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돼 기본적인 역사 소양을 평가한다.
EBS 수능 교재 및 강의와의 연계율은 예년과 동일하게 문항 기준 50%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단순 암기형 연계 대신 이해 중심의 간접 연계를 강화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영어 영역의 경우 EBS 교재의 지문과 주제·소재·요지가 유사한 새로운 지문을 활용했다”며 “수능 대비가 특정 교재에 의존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능의 출제 방향은 교육과정 중심의 평가 원칙을 재확립하려는 교육계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단순한 고득점 경쟁을 넘어, 교실 수업을 통해 습득한 개념 이해와 사고력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능이 “사교육 의존형 평가에서 벗어나 공교육 중심 학습으로 복귀하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