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4천 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실제 투자자들의 체감 수익률은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일부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견인했지만, 전체 종목의 절반 이상은 주가가 제자리이거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수 착시에 속아 무리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코스피는 지난 6월 19일 3,000선을 돌파한 이후 약 넉 달 만에 4,200선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오른 종목은 전체의 40% 수준인 415개에 그쳤다. 나머지 540개 종목은 보합이거나 최대 55%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상승 종목이 하락 종목보다 많았던 거래일은 34일에 불과했고, 64거래일은 주가가 하락하거나 정체된 종목이 더 많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75%, 152% 상승하며 전체 거래대금의 22%를 차지한 것이 지수 상승의 핵심 동력이었다. 반면 유통, 여행, 건설 등 내수 업종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조선·방산·기계 업종이, 하반기 이후에는 반도체와 2차전지 업종이 시장을 주도했다”며 “모든 종목이 오르는 장세는 없다. 눌린 종목을 무리하게 매수하기보다는 업황과 수급을 선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증권사 고객 계좌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와 방산·원전 관련주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주로 수익을 냈고, 전체 투자자의 절반 이상은 오히려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나만 못 벌고 있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달 들어 신용대출 잔액은 1조2천억 원가량 늘었고,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는 26조 원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에서 신용거래가 공격적으로 늘고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장일수록 ‘수익률 착시’와 ‘과잉 자신감’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지수 상승만 보고 무리하게 차입 투자에 나설 경우, 일부 종목 조정 시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익률보다 보유 종목의 구조적 경쟁력과 업황 지속성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급등세 속에서도 절반의 종목은 여전히 제자리다. 시장의 온도에 휩쓸리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투자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