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관련 검찰의 항소 포기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임은정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전국 18개 지방검찰청 검사장들이 발표한 집단 성명에 불참한 배경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공개하며 검찰 내부의 깊은 갈등을 드러냈다. 임 지검장은 이번 집단 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이유로 해당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엄희준 검사에 대한 신뢰 부재를 들며 검찰 수사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임 지검장은 자신의 SNS 게시물에서 해당 사건이 "엄희준 검사가 수사한 대장동 수사"이므로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었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나아가 "판결문조차 보지 않은 사건"이라며 수뇌부의 항소 포기 지시의 정당성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는 사건의 항소 여부를 넘어, 기초가 된 수사 자체의 신뢰도를 문제 삼는 것으로, 임 지검장이 과거부터 비판해 온 특정 검사의 수사 관행에 대한 불신이 이번 불참 선언의 핵심 동기임을 시사한다.
특히 임 지검장은 엄희준 검사와 얽힌 과거 사건을 거론하며 불신의 배경을 명확히 했다. 그는 과거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 당시 엄희준 검사가 위증 교사를 주도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기소하려 했지만 불발되었던 전례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는 "그런 엄 검사가 수사한 사건을 믿을 수 없었다"는 뜻으로, 대장동 사건 수사 전반의 신뢰도를 엄 검사의 과거 행적과 연결하여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집단 성명 불참 결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경위를 밝혔다. 임 지검장은 검사장들의 집단 성명 동참 요청을 받았으나, "엄희준 검사의 수사 관련이고 검사들의 집단 행동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던 제가 동참할 수 없어 단박에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임 지검장이 검찰 조직 내의 집단적 의사 표현 방식과 특정 검사의 수사 관행 모두에 대해 일관되게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임 지검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징계를 각오한 실명 항소를 제시하며 검찰 구성원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그는 "항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검사장을 포함해 서울중앙지검에 누구든 징계를 각오하고 항소장에 서명에 제출했으면 됐다"고 직언했다. 이는 절차적 정당성 논란에 휩싸인 항소 포기 지시를 따르는 대신, 소신을 관철하려는 검사의 용기가 필요했음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임 지검장은 끝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기소 당시 전 총장의 즉시 항고 포기에 대해 "저런 반응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아쉽고 안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이는 검찰 수뇌부의 중요 결정에 대한 비판적 반응이 과거에도 나왔어야 했다는 점을 꼬집으며, 검찰 조직 내부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성명에 참여한 검사장 18명은 수원지검 박재혁, 서울북부지검 박현준, 인천지검장 박영빈, 광주지검장 박현철, 서울서부지검 임승철, 부산지검장 김창진, 대전지검 서정민, 의정부지검장 이만은, 울산지검장 유도윤, 청주지검장 김향현, 창원지검 문현철, 전주지검 신대, 대구지검장 박혁수, 춘천지검장 이흥철, 제주지검장 정수진 검사장과 대전고검 차장 민경, 수원고검 차장 이준범, 대구고검 차장 박규형 검사 등으로 확인되었다. 임은정 지검장의 입장 표명으로 인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은 외부 정치적 공방을 넘어 검찰 내부의 오랜 갈등 구조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