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민간업자들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내부 반발이 터져 나왔다. 수사팀은 “윗선의 부당한 지시”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사건을 총괄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달 31일, 법원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징역 8년, 정민용 변호사에게 징역 6년, 김만배 씨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할 경우 7일 이내 항소해야 했지만, 항소기한 만료일이었던 6일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는 수순을 밟게 됐다. 그러나 항소 포기 결정의 경위와 배경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 극심한 혼선이 빚어졌다.
공소유지를 맡았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을 통해 “항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법원에서 대기 중이었으나, 서울중앙지검 4차장으로부터 ‘대검이 허가하지 않았고, 중앙지검장도 불허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모든 내부 결재 절차가 완료된 상황에서 항소 기한 몇 시간을 남기고 제출 보류 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항소 결재를 마쳤는데, 상급기관의 이해할 수 없는 지시로 법적 대응 기회를 잃었다”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중앙지검과 협의 끝에 항소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대검 관계자는 “유동규 전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 모두 배임 혐의로 유죄가 선고됐고, 검찰이 구형한 형량보다 더 높은 형이 선고돼 항소의 실익이 없었다”고 밝혔다.
법무부 역시 “항소 포기 결정은 중앙지검의 판단”이라며 “검찰 내부 항소 기준상, 선고형이 구형의 3분의 1 미만일 때 항소를 검토하는데 이번 1심 결과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한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법원이 8년형을 선고했는데, 오히려 구형보다 높은 형을 받았다는 이유로 항소를 포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부 시절의 대표적 권력형 비리로 지목된 만큼,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한 결정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장동 수사와 기소를 총괄해 온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수사와 공소유지를 책임지고 있던 기관장으로서 국민의 신뢰에 누를 끼쳐 송구하다”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검찰 내부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항소 포기 판단의 정당성과 외부 개입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