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및 관계자들에 대해 항소를 전격 포기했다. 이는 구형량에 비해 현저히 낮은 형량이 선고될 경우 원칙적으로 항소해야 한다는 검찰 내부의 업무 처리 지침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치적 고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7일 서울남부지검은 공판검사와 대검찰청과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해당 사건 피고인 26명 전원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검찰은 항소 포기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범행 전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되어 사법적 판단이 이루어진 점, 둘째, 범행 동기가 사적 이익 추구가 아닌 공적 영역에서 발생한 점, 셋째, 6년 가까이 장기화된 정치적 분쟁을 최소화할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으며, 현역 의원 6명 전원은 국회법상 의원직 상실형 기준인 벌금 500만 원 미만을 선고받아 1심에서 의원직을 유지하는 결과를 얻었다. 나경원 의원, 송언석 원내대표 등 현역 의원들은 모두 벌금 500만 원을 넘지 않는 형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검찰의 이번 결정이 자체 업무처리 지침과 상충한다는 점이다. 검찰 업무처리 지침에 따르면,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으나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하여 형종이 달라졌거나, 선고된 형량이 검찰 구형량의 2분의 1 미만일 경우 원칙적으로 항소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이철규 의원을 제외한 현역 의원 5명은 징역형이 구형되었음에도 벌금형이 선고되었기 때문에, 지침상 항소 대상에 해당한다. 검찰은 이러한 지침 위반에 대해 대검과 수사팀, 공판팀이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라고만 설명하며 구체적인 지침 미준수 사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항소 시한을 불과 7시간 앞두고 대검과 서울남부지검이 3분 간격으로 항소 포기 언론 공지를 발표한 점,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이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진 점 등은 검찰 내부의 이례적인 조율 과정을 보여준다. 앞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여부를 두고 "신중히 판단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에는 "아무 관여도 하지 않았다"고 법무부 측은 선을 그었다.
한편, 피고인 중 나경원 의원과 윤한홍 의원 등은 검찰의 항소 포기와 관계없이 1심 판결에 불복해 속속 항소장을 제출했다. 나 의원은 "민주당의 다수결 독재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항소를 통해 소수 야당의 정치적 의사표시 공간을 넓히겠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이들 현역 의원들은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받을 가능성이 사라져 의원직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유리한 상황을 맞게 되었다. 이번 검찰의 결정은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