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을 수사해 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위원 등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겨달라고 검찰에 공식 요구했다. 2026년 1월 6일 공수처 수사1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용전자기록등손상 등 혐의를 적용해 최 전 원장과 유 위원 등 총 7명에 대한 공소제기를 서울중앙지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불거졌던 감사원의 권익위 표적 감사 논란은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는 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
공수처의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최 전 원장과 유 위원은 2022년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전 위원장의 중도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위법하고 부당한 감사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2023년 6월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고 공개하는 과정에서 감사위원회의 최종 의결 없이 보고서를 무단으로 수정하거나,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 결재를 의도적으로 건너뛰는 등 내부 절차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것이 공수처의 판단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는 감사원 내부 전산 시스템에 등록된 보고서 파일을 권한 없이 수정하고 결재 경로를 조작한 정황에서 비롯되었다. 공수처는 유 위원이 사무총장 재직 당시 실무진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전 전 위원장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기 위해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감사원에 전 전 위원장 관련 비위 의혹을 제보한 인물로 지목된 임윤주 전 권익위 기조실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허위 진술을 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 위반)로 함께 기소 요구 대상에 포함되었다.
공수처는 이번 사건이 감사원의 헌법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정면으로 위반한 중대한 공직 범죄라고 규정했다. 감사 착수 단계부터 특정인을 겨냥한 "표적성"이 짙었으며, 결과 도출 과정에서도 적법 절차를 무시한 독단적인 운영이 확인되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는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에 대해서만 직접 기소권을 갖기 때문에, 감사원장 등 이번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에 기소를 요구하는 절차를 밟았다.
반면 최 전 원장과 유 위원 측은 그간의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시 감사가 적법한 제보에 따라 정당하게 집행된 직무 수행이었으며, 보고서 수정 과정 역시 내부 지침과 관례에 따른 정상적인 업무 범위 내에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유 위원은 공수처의 수사 자체가 정치적 편향성을 띤 과잉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해 온 만큼, 향후 검찰의 기소 여부 결정과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제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은 수사 자료를 검토해 최종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공수처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방대한 증거물과 진술을 확보해 기소 의견을 낸 만큼 검찰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 결과는 국가 사정기관인 감사원의 운영 방식과 고위 공직자의 직권남용 범위에 대한 중요한 사법적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