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정당 득표율 3% 미만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차단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9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 제1호에 대한 위헌확인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을 선고했다.
해당 조항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효투표 총수의 3% 이상을 얻은 정당에만 의석을 배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1대와 22대 총선에 출마했던 군소정당 후보자들은 이 조항이 표의 가치를 왜곡하고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저지조항이 가진 군소정당 난립 방지라는 목적 자체는 수긍하면서도, 현재의 정치 지형에서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투표의 성과 가치에 차등을 둬 사표를 늘리고 선거의 비례성을 약화시킨다"며 "새로운 정치 세력이 국회로 진입하는 것을 가로막는 부정적 효과가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헌재는 한국 정치가 거대 양당 중심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을 정면으로 짚었다. 심판대상 조항이 의회의 안정적 기능을 돕기보다는 오히려 거대 정당의 기득권만 강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사회적 합의 도출을 방해할 정도가 아니라면 군소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심판정 분위기는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리며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우리 사회의 다원적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반면 합헌 의견을 낸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극단주의 세력의 의회 진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반대 의견을 남겼다.
반대 측 재판관들은 "극단주의 세력이 사회적 분노를 자극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극소수의 지지만 받는 이들이 의회에 진출할 경우 사회적 혼란이 고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 의견이 비례성을 강조했다면, 소수 의견은 의회의 안정성과 극단 정치 방어 기제로서의 저지조항 필요성을 역설한 셈이다.
이번 위헌 결정에 따라 국회는 다음 총선 전까지 비례대표 의석 배분 기준을 새로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3%라는 기준선이 무너짐에 따라 군소정당들의 원내 진입 문턱은 낮아질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하한선을 얼마로 설정할지를 두고 정치권의 셈법은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다당제 체제로의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원내 소수 정당의 난립으로 인한 정국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헌재의 이번 판단으로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의 협상은 단순한 의석수 조정을 넘어 선거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쟁점으로 부상하게 됐다.
국회가 헌재의 취지를 반영해 사표를 최소화하면서도 의회 운영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안을 적기에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