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이 아시아 단체전 무대에서 해묵은 준우승 징크스를 깨고 마침내 정상에 섰다. 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중국 칭다오 콘손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시아남녀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홈팀 중국을 매치 스코어 3-0으로 완파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승부의 마침표는 3단식 주자로 나선 김가은이 찍었다. 김가은은 중국의 신예 쉬원징을 상대로 1게임을 19-21로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이후 2게임을 21-10으로 가져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마지막 3게임에서 1점 차 접전을 이어가던 김가은은 경기 후반 집중력을 발휘하며 21-17로 역전승을 거두고 팀의 우승을 확정했다.
앞선 경기들에서는 한국의 압도적인 전력이 돋보였다. 1단식에 출격한 안세영은 시종일관 코트를 지배하며 2-0 완승을 거뒀고, 이어지는 2복식의 백하나-김혜정 조 역시 단 한 세트도 허용하지 않는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중국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현장의 분위기는 경기 초반부터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안세영은 첫 득점 이후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고, 벤치에 앉은 동료들은 매 포인트마다 기립해 함성을 보냈다. 반면 안방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었던 중국 선수들은 한국의 견고한 수비벽에 막혀 실책을 반복할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
이번 우승은 한국 여자 배드민턴 역사상 아시아단체선수권 첫 우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표팀은 지난 2020년과 2022년 두 차례 결승에 진출했으나 모두 준우승에 머물며 아쉬움을 삼킨 바 있다. 삼수 끝에 거둔 이번 성과는 세대교체와 전력 보강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을 증명하는 결과물이다.
특히 에이스 안세영은 이번 우승으로 자신의 커리어에 첫 단체전 메이저 트로피를 추가하게 됐다. 그동안 개인전에서는 세계 최정상의 기량을 뽐냈으나 단체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안세영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금메달을 확인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향후 이어질 국제 대회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다만 중국이 이번 결승에 신예급 선수들을 대거 배치하며 전력을 점검한 만큼, 최정예 멤버가 가동될 다음 맞대결에서의 승부 가능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이번 아시아 정상 탈환이 일시적인 성과에 그칠지, 아니면 한국 배드민턴의 장기 집권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지는 이어질 세계 선수권 대회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