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전 국가정보원장이 2023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1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김 전 원장을 상대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조사는 국정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안 점검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김 전 원장이 해당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되어 수사기관의 공식 소환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그동안 확보한 압수물과 관계자 진술을 토대로 김 전 원장의 직접적인 지시나 관여 여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올해 초 김 전 원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으며, 국정원 본청 등을 대상으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강제수사의 강도를 높여왔다. 경찰은 보안 점검 결과의 발표 시점과 내용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의도적으로 조정되었는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 청사에 도착한 김 전 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조사실로 향했다. 대기하던 취재진이 선거 개입 혐의를 인정하는지, 보안 점검 결과 발표에 직접 관여했는지 등을 물었으나 김 전 원장은 별다른 답변 없이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짤막한 입장만 남긴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현장에서는 조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취재진 수십 명이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김 전 원장은 변호인과 함께 미리 준비한 자료를 검토하며 조사실로 이동했다. 경찰은 김 전 원장의 진술 내용과 앞서 확보한 국정원 내부 문건 사이의 정합성을 따져보는 한편, 필요에 따라 추가 소환이나 대질 조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의 핵심은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이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신뢰성을 흔들어 선거 지형에 변화를 주려 했는지 여부다. 특히 보안 점검 결과가 보궐선거 직전 발표된 경위와 그 과정에서의 윗선 개입 의혹은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수사는 정보기관의 중립성 의무 위반이라는 쟁점과 맞물려 있어 사법적 판단 결과에 따라 국정원 운영 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로 확산될 수 있다. 경찰이 김 전 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물증을 제시할 수 있을지, 아니면 김 전 원장 측의 방어 논리가 관철될지에 따라 사건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