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현장에서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시민교육을 단순한 정치교육의 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시민교육은 정치 영역을 넘어 경제·문화·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시민 역량 교육이며, 나아가 한국 교육과정에서 부족한 철학교육을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는 교육적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부 교육연구사를 역임하고 유네스코학교 협의회 회장, 민주시민교육연구회 회장 등을 지낸 박미애 전 교육연구사는 민주시민교육 관련 토론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히며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본질적 방향을 제시했다.
토론에서는 일부 토론자들이 민주시민교육을 사실상 정치교육 중심의 교육으로 규정하며 논의를 전개했다. 민주주의 제도와 정치 참여, 선거 제도 등을 중심으로 한 정치교육이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박 전 연구사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민주시민교육을 정치교육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교육의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이라며 보다 폭넓은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시민교육은 정치 영역에만 국한되는 교육이 아니라 경제와 문화,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 의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의 역할과 책임을 이해하도록 하는 교육”이라며
“민주시민교육의 본질은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삶을 배우는 데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연구사는 특히 민주시민교육을 포괄적 시민교육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은 정치적 권리 행사뿐만 아니라 경제 활동과 문화적 다양성 존중, 공동체 참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시민교육은 특정 정치 이념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를 이해하고 공동체 속에서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라며 “공감과 연대, 책임과 참여의 가치를 배우는 과정이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 전 연구사는 한국 교육과정에서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철학교육의 부재 문제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단위학교 교육과정에는 체계적인 철학교육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인간과 사회, 가치와 윤리에 대해 깊이 있게 사고할 기회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철학은 인간의 삶과 사회의 본질, 가치와 윤리를 탐구하는 학문이지만 한국 교육에서는 대학 입시 중심의 교과 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아져 왔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와 가치 판단 능력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어 왔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박 전 연구사는 이러한 교육적 공백을 보완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민주시민교육의 역할을 제시했다.
그는 “민주시민교육은 철학 교육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학생들이 사회와 공동체를 이해하고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적 장치가 될 수 있다”며 “비판적 사고와 토론, 가치 탐구가 이루어지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이 사회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 의식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박 전 연구사는 민주시민교육의 주요 교육 영역으로 공감과 연대, 세계시민 의식, 복지와 경제 이해, 문화 다양성 존중 등을 제시했다.
그는 “민주시민교육은 학생들이 현실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이해하고 공동체의 가치와 책임을 고민하도록 돕는 교육이어야 한다”며 “경제와 복지, 문화와 다양성 등 사회 전반의 주제를 함께 다루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민주시민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정책 지원과 교육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학생 맞춤형 민주시민교육 교재와 교사용 지도자료 개발
민주시민교육 전문성을 갖춘 교원 전문인력 양성
학교와 가정이 함께 참여하는 학부모 연수 과정 활성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아울러 정치적 편향성을 배제한 전문가 위원회 구성을 통해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정책 연구 과제를 추진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를 통해 균형 잡힌 교육 자료와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TJB 열린토론]
박 전 연구사는 또한 민주시민교육이 학교 내부 교육 활동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육청과 정부 부처,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민주시민교육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시도교육청 담당자 정기 협의회를 운영하고 정부 부처 간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교육 정책과 현장을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시·도별 학교 민주시민교육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전 연구사는 “민주시민교육은 단순한 교과 교육이 아니라 민주사회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라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민주적 가치와 토론 문화를 경험할 때 건강한 시민사회가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제도가 아니라 세대를 거쳐 교육을 통해 발전하는 사회적 문화”라며 “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토론과 참여 경험이 결국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깊이와 성숙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미애 전 교육연구사는 교육부 교육연구사를 비롯해 유네스코학교 협의회 회장, 민주시민교육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학교 민주시민교육 정책 연구와 현장 확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온 교육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박 전 연구사의 제안이 향후 학교 민주시민교육 정책과 교육 프로그램 설계에 있어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민주시민교육을 정치교육의 틀을 넘어 포괄적 시민교육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앞으로 교육 정책 논의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의 미래는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시민의 성숙한 의식과 참여가 있을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깊어지고 확장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결국 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시민교육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미래 사회의 시민을 길러내는 민주주의의 토대라고 할 수 있다.
박미애
전(前) 교육부 교육연구사
전(前) 유네스코학교 협의회 회장
전(前) 민주시민교육연구회 회장
현(現) 청소년 시민교육 센터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