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대 사업자에 대해 은행권이 관행적으로 실시해온 대출 만기 연장을 전면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자금줄이 막힌 다주택 임대 사업자들의 보유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임대 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자가 보유한 아파트를 담보로 받은 사업자 대출을 정조준했다. 통상 3년 만기로 계약한 뒤 매년 연장해오던 방식이 더 이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업자들은 보유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수도권 아파트는 1만 2000여 채에 달하며, 이 중 1만 채가량이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는 이미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거래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대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최근 열흘 사이 다주택자들의 급매물이 늘면서 15채가량이 거래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임대 사업자들이 만기 도래 전 선제적인 매도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세 부담 가중도 매물 출하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평균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강남 등 일부 과열 지역은 30%를 웃도는 급등세가 예상된다. 실제 공시가격이 36% 오를 것으로 추산되는 마포구의 한 아파트는 보유세가 지난해 299만 원에서 올해 세 부담 상한선인 416만 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반포 지역의 아파트 역시 보유세가 500만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과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와 공시가격 현실화가 맞물리면서 서울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보유세 개편안까지 확정될 경우, 다주택자들이 느끼는 압박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은 오는 수요일부터 열람할 수 있으며, 실제 세액 확인 이후 매물 적체 현상이 심화될지가 향후 시장의 핵심 쟁점이다. 이번 조치가 대출 연장 거절이라는 강수를 둔 만큼, 상환 능력이 부족한 사업자들의 연쇄 매도가 실제 가격 하락으로 직결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