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이 17년 만에 진출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선 무대에서 우승 후보 도미니카공화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4일(한국 시간)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WBC 8강전에서 0-10으로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선발 마운드에 오른 베테랑 류현진은 경기 초반부터 난조를 보였다. 1회말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으나, 2회말 선두 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게 볼넷을 내준 뒤 주니오르 카미네로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등 메이저리그 스타들에게 잇따라 적시타를 허용하며 3실점했다. 결국 류현진은 2회를 채우지 못한 채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기대를 모았던 타선은 도미니카 선발 크리스토페르 산체스의 구위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던 산체스는 150km 중반대의 싱커를 앞세워 한국 타선을 무력화했다. 한국은 5회까지 산체스에게 삼진 8개를 내주며 단 2안타에 그치는 빈공에 허덕였다. 이정후와 김도영 등 주축 타자들도 침묵하며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추격의 의지는 7회말에 완전히 꺾였다. 0-7로 뒤진 7회말 2사 1, 3루 위기에서 구원 등판한 소형준이 오스틴 웰스에게 우중간 담장을 넘는 대형 3점 홈런을 허용했다. 대회 규정상 7회 10점 차 이상 벌어지면 선언되는 콜드게임 요건이 충족되면서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일본전과 대만전 패배로 탈락 위기에 몰렸으나, 마지막 호주전을 잡으며 극적으로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올스타급 선수들로 구성된 도미니카와의 전력 차를 실감하며 4강 진출의 꿈은 무산됐다. 경기 종료 후 류현진은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다"며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시사했다.
세계 야구의 높은 벽을 실감한 대표팀은 내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이번 패배로 한국 야구는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무거운 과제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