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역대급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가운데, 노사 간 성과급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가 영업이익의 15%에 달하는 대규모 성과급을 요구하며 다음 달 총파업을 공식화하자, 사측은 천문학적인 생산 차질을 우려하며 긴급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내달 21일부터 18일간 기흥, 화성, 평택, 온양, 천안 등 전국 5개 반도체 사업장의 제조 라인을 전면 중단시키겠다고 18일 발표했다. 노조 측은 반도체 공정 특성상 한 번 가동을 멈추면 복구에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을 들어, 이번 파업으로 인한 손실 규모가 최대 3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의 핵심 요구안은 영업이익의 15%를 상한선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것이다. 최근의 실적 호조세를 고려하면 전체 지급 규모는 약 45조 원, 직원 1인당 평균 5억 원대에 달하는 파격적인 액수다. 이러한 보상 심리가 확산하면서 노조 가입자 수는 7개월 만에 7만 명을 돌파했고, 창사 57년 만에 처음으로 전체 직원의 절반을 넘는 과반노조가 탄생했다.
노조는 인재 유출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4개월간 200여 명의 숙련 인력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로 자리를 옮긴 만큼, 파격적인 보상을 통해 인재를 붙잡아야 한다는 논리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설비 백업 등을 감안할 때 하루 약 1조 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사측의 결단을 촉구했다.
사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대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삼성전자는 일회성 현금 지급보다는 주식 형태의 보상을 제안하며,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높은 수준의 처우를 약속하며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법원에 위법적인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법적 대응 카드도 꺼내 들었다.
업계에서는 실제 파업이 실행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평택과 화성 등 핵심 라인의 셧다운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생산 전반에 걸쳐 유례없는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핵심 인력들의 파업 참여율이 실제 가동 중단 여부를 결정지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 양측이 보상 규모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다음 달로 예고된 파업 시한 전까지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시기에 불거진 내부 갈등은 삼성전자의 대외 신인도와 경영 전략 수립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