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18일 인플루언서 사기 사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찰청 소속 A 경정을 직위 해제했다. 이번 조치는 검찰이 강남경찰서와 경찰청 본청을 잇달아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착수한 뒤 나온 인사 조처다.
사건의 발단은 필라테스 프랜차이즈 모델로 활동하던 인플루언서 B 씨를 향한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가맹점주들은 2024년 7월 B 씨를 사기 등 혐의로 고소했으나, 사건을 담당한 강남경찰서 수사1과는 같은 해 12월 혐의없음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불송치했다.
B 씨는 주가조작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던 재력가 이 모 씨의 배우자다. 검찰은 이 씨가 아내의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A 경정에게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 경정은 당시 강남경찰서 수사1과 팀장이었던 C 경감을 이 씨에게 소개해준 인물로 지목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달 27일 강남경찰서를 압수수색해 당시 수사 기록과 담당자들의 휴무 내역 등을 확보했다. 이어 지난 9일에는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까지 수사관들을 보내 A 경정의 사무실과 휴대전화 등을 영장에 적시된 자료들을 수거했다.
검찰은 이 씨가 강남구 논현동과 청담동 일대 유흥업소에서 A 경정과 C 경감을 수차례 접대하고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불송치 결정이 내려지기 직전인 2024년 말, 관련자들 사이의 연락 횟수가 급증한 정황을 포착해 통신 기록 분석을 병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청은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내부 감찰을 통해 A 경정의 비위 사실 일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위 해제는 공무원으로서의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내려지는 조치로, 향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현재 A 경정은 이 씨와의 친분 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수사 청탁이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함께 의혹을 받는 C 경감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인사 조치나 소환 조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일선 경찰서의 수사 종결권 행사가 적절했는지를 넘어, 본청 간부와 일선 수사팀 사이의 유착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 수사가 경찰 조직 내부의 청탁 구조를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을지에 따라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 무마의 대가성을 입증할 구체적인 물증 확보 여부가 향후 재판 과정에서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