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과 보험금 허위청구 등 불법 의료행위를 겨냥한 범정부 합동수사팀이 가동에 들어갔다. 의료기관 개설부터 진료비 청구, 세무·금융 흐름까지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던 단속 체계를 한곳으로 묶어 수사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대검찰청은 18일 서울서부지검에 "불법 의약사범 합동수사팀"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합수팀에는 검찰, 경찰,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7개 기관이 참여했다. 수사와 단속 인력은 모두 30명 규모다. 팀장은 이정훈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 범죄조사부장이 맡았다.
합수팀은 검사실, 수사팀, 수사지원팀, 합동단속팀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검찰 4명, 경찰 7명, 유관기관 19명이 배치됐다. 건보공단과 심평원 등이 의심 자료와 범죄 정보를 제공하면 합동단속팀이 현장 확인에 나서고, 수사팀은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자금 흐름과 명의 대여 구조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수사 대상은 사무장병원 등 불법의료기관 개설·운영, 비급여 과잉진료, 보험금 허위청구다. 사무장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사나 약사 명의를 빌려 병원·약국을 운영하는 형태다. 겉으로는 정상 의료기관처럼 보이지만 실제 운영 주체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아 과잉진료와 건강보험 재정 누수로 이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합수팀 출범은 단순한 적발보다 불법 수익 회수에 무게가 실려 있다. 대검은 수사 초기부터 몰수·추징보전 절차를 진행해 피의자 재산을 묶어두고, 이후 건보공단의 환수 절차와 연결하겠다는 방침이다. 형사처벌과 별도로 보건복지부의 업무정지, 과징금 등 행정처분도 신속히 이뤄지도록 관계기관 간 협조 체계를 가동한다.
불법의료기관 문제는 환수 실적에서 허점이 드러나 있다. 대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5년까지 불법의료기관으로 적발돼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환수 결정을 받은 기관은 1805곳이다. 환수 결정 금액은 2조9162억 원에 달했지만 실제 징수액은 2563억 원에 그쳤다. 징수율은 8.79%다.
수사기관이 주목하는 지점은 이 낮은 환수율이다. 불법 개설자가 수사와 행정처분 전에 재산을 빼돌리거나 명의상 대표와 실제 운영자가 분리된 구조를 이용하면 환수 절차가 길어질 수 있다. 기관별로 따로 움직이는 기존 방식으로는 자금 추적과 행정처분, 보험금 환수까지 한 번에 묶기 어려웠다.
서울서부지검에 합수팀이 설치된 것도 의약 분야 범죄 대응을 집중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식품·의약 범죄 수사 기능을 가진 전담 부서를 중심으로 경찰 수사력, 건보공단·심평원의 청구 자료, 국세청·금감원의 세무·금융 정보가 결합되면 기존보다 촘촘한 추적이 가능해진다.
다만 합수팀의 성과는 단속 건수보다 환수와 재발 차단에서 갈릴 수 있다. 사무장병원은 명의 대여, 가족·지인 법인, 복잡한 자금 거래를 통해 운영 주체를 숨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료기관의 정상 진료와 불법 수익 구조를 가르는 기준도 현장에서 세밀하게 따져야 한다.
합수팀 출범으로 불법의료기관 수사는 기관별 단속에서 합동 추적 체계로 전환됐다. 향후 수사의 초점은 불법 개설 구조를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빼돌린 수익을 실제로 환수하는 과정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