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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주를 달린 청춘의 페달,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6-19 12:04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몇 점을 받았는지, 어느 대학에 입학했는지, 어느 기업에 취업했는지, 얼마를 벌고 있는지에 관심을 집중한다.
과정은 점점 사라지고 결과만 남았다.

그러나 인생은 원래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
최근 제주 환상자전거길을 완주한 한 대학생의 이야기를 접하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청년은 제주를 여행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제주에 도착한 순간부터 그는 관광객이 아니라 도전자가 되었다.
제주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234km의 길.

애월을 지나고 함덕을 지나고 김녕과 표선을 지나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여정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뜨거운 햇살과 강한 바람, 예고 없이 쏟아지는 비,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가 라이더를 시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페달을 멈추지 않았다.
왜일까.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청춘은 길을 떠난다.
그것이 청춘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지금 가장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치솟는 집값과 생활비.
끝없는 경쟁.
불안정한 고용환경.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청년들에게 세상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어쩌면 지금의 청년들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장 큰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세대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희망은 늘 그런 시대 속에서 탄생했다.
제주를 달린 대학생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제주를 한 바퀴 돌기 위해 출발했지만 사실은 자신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 것이다.

수십 킬로미터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잡생각이 사라진다.
눈앞에는 길만 보인다.
다음 페달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너무 먼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를 놓칠 때가 많다.

그러나 결국 인생은 한 번의 선택과 한 걸음의 반복으로 완성된다.
제주 환상자전거길 인증수첩에 찍힌 스탬프들은 단순한 도장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은 시간의 기록이다.
견뎌낸 거리의 기록이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낸 증명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끊임없이 성공을 요구한다.
그러나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도전이다.
도전하는 사람만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랜 시간 기자 생활을 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성공한 사람도 만났고 실패한 사람도 만났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사람은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도전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실패는 경험이 되지만 포기는 평생의 후회가 된다.
제주 바다를 따라 달리던 한 대학생의 페달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과정이었고,
삶을 향한 질문이었으며,
미래를 향한 선언이었다.
지금도 수많은 청년들이 각자의 길 위에 서 있다.

어떤 이는 취업을 준비하고,
어떤 이는 창업을 꿈꾸고,
어떤 이는 자신의 미래를 찾기 위해 방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제주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수없이 바람이 방향을 바꾸듯 인생도 수많은 변화를 만난다.

그러나 끝까지 페달을 밟는 사람만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청춘은 완벽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불안하고 서툴지만 포기하지 않기에 아름답다.

제주 환상자전거길을 달린 한 대학생의 뒷모습에서 필자는 오늘 대한민국 청년들의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확신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청춘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람은 지나가지만 도전은 남는다.
제주의 푸른 바다를 가르며 달린 그날의 페달 소리는 아마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작은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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