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국내 항공업계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대형 항공사 간 결합에 이어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통합까지 추진되면서 항공사별 기단 규모와 노선 전략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오는 12월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을 품게 되면 대한항공은 국내 최대 항공사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국제선 경쟁력도 확대하게 된다.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현재 167대의 항공기를 운용하며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큰 기단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67대 규모로,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대형 항공기와 국제선 노선을 중심으로 한 통합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이후에는 저비용항공사 시장에서도 변화가 이어진다.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은 합병 절차를 거쳐 2027년 3월 17일 통합 진에어로 출범할 계획이다. 세 항공사의 기단을 합치면 약 58대 규모로, 국내 LCC 가운데 가장 큰 항공사로 올라서게 된다.
통합 진에어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항공기 운항과 정비, 예약·발권 시스템을 통합해 비용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세 회사가 각각 운영하던 노선과 인력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출범 과정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중견 항공사들의 전략도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트리니티항공은 항공기 46대를 기반으로 유럽 등 장거리 노선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형기 도입과 기단 확장을 통해 저비용항공사와 대형 항공사의 중간 영역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제주항공은 45대 안팎의 기단을 바탕으로 일본과 동남아 노선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통합이 현실화하면 기존 LCC 1위권 항공사들과의 운임과 노선 경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항공사들도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보유 항공기 전부를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기종으로 구성하고 미국 노선 등을 운영하고 있다. 파라타항공은 항공기 5대를 기반으로 중국 노선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주 취항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기단 규모가 작은 항공사가 장거리 노선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추가 항공기와 조종사·정비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에어로케이와 에어서울 등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중심의 단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있으며, 에어인천은 국내 항공사 가운데 화물 운송에 특화된 사업자로 분류된다. 신규 항공사와 중장거리 전문 항공사의 등장으로 국내 항공시장 내 사업 모델도 다양해지고 있다.
항공업계의 재편은 소비자에게 노선 확대와 운항 선택권 증가라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반면 항공사 통합 과정에서 노선 중복, 운임 조정, 슬롯 배분, 인력 재배치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시장 경쟁과 항공권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통합 진에어 출범, 중견 항공사의 장거리 노선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국내 항공업계는 대형사 중심의 재편과 LCC 간 생존 경쟁이 맞물리는 국면에 들어섰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