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제기한 이른바 '재건축론'을 둘러싼 논란이 더불어민주당 내부를 넘어 정부의 호남 반도체 투자 구상으로까지 확산되며 정치권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당내 노선 논쟁과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맞물리면서 정국 긴장감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이다. 유 전 이사장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을 두고 "지지층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는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통합을 위한 외연 확장이라는 평가와 정체성을 훼손하는 방향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다.
친명계 일각에서는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을 강하게 반박했다. 정진욱 의원은 "유시민의 발언은 코미디"라며 "민주당 건물주는 자신들이고 이재명은 세입자라고 생각하는 내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현일 의원도 "이재명 정부가 가는 길은 기존 진영을 허무는 재건축이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박정 의원 등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행보를 '재건축'이 아닌 '확장론'으로 해석했다. 기존 지지층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세력까지 포용하는 통합 정치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통합과 외연 확대를 선택할 것인지, 기존 정체성을 유지할 것인지를 둘러싼 당내 시각차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내부 논쟁은 정부가 추진 중인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과 맞물리며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하는 호남·충청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수백조 원 규모의 국가 첨단산업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여권은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산업을 지방으로 분산해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호남은 재생에너지 최적지이며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며 "지역 갈라치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호남 지역 의원들도 정치적 공세보다 국가균형발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국민의힘은 투자 계획의 경제성과 추진 배경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산업적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동훈 전 대표도 민주당 전당대회와 맞물린 정치적 활용 가능성을 거론하며 공정한 시장 원칙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호남은 오랫동안 산업 기반 확충을 기다려 왔다"며 정치적 시각보다 지역 산업화의 필요성을 우선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정책 공방을 넘어 민주당 내부 노선 경쟁과 차기 당 지도체제 논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동시에 맞물린 사안으로 보고 있다.
향후 정부가 발표할 반도체 투자 계획의 구체적인 규모와 입지, 산업적 타당성이 공개되면 경제성 논란과 지역 균형발전 효과를 둘러싼 검증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통합'과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전당대회 국면과 맞물려 당권 경쟁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