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인허가 절차를 줄이고, 필요하면 법과 제도를 바꿔 택지를 확보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부동산 문제를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규정하며 공급·세제·금융을 함께 손질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사회적 자원이 장기간 부동산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됐다"며 "부동산 거품도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높은 부동산 가격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다른 국가가 겪었던 "잃어버린 20년, 30년"이 국내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에 자금이 쏠리면서 생산적인 산업으로 흘러가야 할 자원이 묶이고, 자산 보유 여부에 따른 격차가 커지는 구조를 문제로 지목한 것이다.
대응 수단으로는 공급 확대와 조세 체계 정비, 금융 지원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파격적이고 속도감 있는 공급,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세 체계, 세밀하고 두터운 금융정책의 유기적인 조합이 필수적"이라며 시장 상황과 국민 눈높이를 반영해 정책 전반을 다듬으라고 지시했다.
특히 2022년 이후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줄어든 상황을 "공급 절벽"이라고 표현했다. 인허가와 착공 감소가 실제 주택 입주 물량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현재 공급 기반을 되살리지 못하면 향후 수급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공급 정책은 현실적인 제약 요소가 많고 소요 기간도 길다"며 전방위적인 공급 대책을 주문했다. 각종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고 기존 규제로 택지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면 관련 법과 제도까지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에 23만호 이상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신규 택지 확보와 기존 사업의 공급 속도 제고, 청년 등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 지원을 함께 추진하는 내용이다. 다만 택지 지정과 지구계획 수립, 보상, 착공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발표 물량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정책 발표 뒤 수정·보완을 꺼리는 공직사회의 태도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정책을 바꾸면 "오락가락한다"거나 "누더기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처음 발표한 안을 고수하는 것은 "낡은 과거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정책안을 국민과 정치권에 제시한 뒤 합리적인 수정안이 나오면 투명하게 검토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와 야당의 의견도 폭넓게 듣되, 행정 편의보다 정책 대상자의 실제 생활에 맞춰 대책을 계속 고치라는 주문이다.
혼인 이후 주택 청약이나 금융 지원에서 혜택이 줄어드는 이른바 "결혼 패널티"도 개선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 대통령은 "결혼하니까 홀몸일 때보다 불이익을 받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주거 정책 전반에서 혼인 가구가 불리해지는 기준을 찾아내 바로잡으라고 지시했다.
이날 발언은 공급 확대를 부동산 대책의 중심에 놓으면서도 세제와 금융정책을 함께 조정하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앞으로 마련될 세부 대책에서는 인허가 단축과 택지 확보가 실제 공급 시기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는지, 세제 개편과 실수요자 금융 지원이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와 충돌하지 않도록 어떤 기준을 세울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는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