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오는 6일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회와 사법부의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행사를 국회에서 증언하도록 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과 삼권분립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과의 협의 내용 등 대법관 후보자 제청 과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법원장은 앞서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논란과 관련해 국정감사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국감이 임박한 시점에 증인 출석 자체가 어렵다는 의견을 내면서, 사실상 국회 증언을 거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논란의 중심에는 조 대법원장이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문제가 놓여 있다. 조 대법원장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청와대는 실질적인 협의가 부족한 일방적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며 응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식이라며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출석 거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서영교 국회 법사위원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조 대법원장이 기관 증인이 아닌 일반 증인으로 채택된 만큼 국회에 출석해 답변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은 사법부 독립을 이유로 국회 출석을 거부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국회의 견제와 검증을 거부하는 것은 국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대법원장에게 증인석에 나와 대법관 제청 과정과 재제청 요구에 대한 입장을 국민 앞에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안이 특정 재판에 대한 개입이 아니라 사법행정과 대법관 제청 절차에 관한 문제인 만큼 사법권 독립을 이유로 출석을 피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반면 조 대법원장 측은 대법관 제청권이 헌법상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독립적 권한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국회가 제청권 행사 과정에 대해 대법원장을 불러 증언을 요구할 경우, 입법부가 사법부의 권한 행사에 직접 관여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사법권 독립 등을 이유로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고 자리를 떠난 바 있다. 당시에도 대법원장의 국회 출석과 증언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이번에도 조 대법원장이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국회 증언 의무와 사법부 독립의 범위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장에 대한 국회 출석 요구가 헌법상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지, 일반 증인으로 채택된 대법원장이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출석해야 하는지는 국정감사 당일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