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과 공연 현장에서 출연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반복되면서 방송 제작 환경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청자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달하는 무대 뒤에서 출연자들이 부상을 입거나 후유증을 겪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안전관리가 흥행과 일정에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과거 방송 현장에서는 촬영 중 사고로 출연자가 숨지거나 중상을 입은 사례가 발생했다. 성우 고 장정진은 예능 프로그램 촬영 중 사고를 당한 뒤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고, 배우 고 김성찬도 해외 촬영 과정에서 감염병에 걸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촬영 중 부상이 장애나 장기간 치료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배우 박상면은 예능 촬영 중 척추 부상이 악화돼 장애 5급 판정을 받았고, 코미디언 이현주 역시 치과 치료 후 방송을 준비하던 중 입은 부상으로 장애 판정을 받은 사례로 거론된다.
가수 웬디는 리허설 도중 약 3m 높이의 무대에서 추락해 광대와 골반, 손목 등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개그맨 김기윤은 말뚝박기 게임 중 무릎을 다쳐 십자인대가 파열됐고, 개그맨 이봉원은 10m 다이빙 연습 과정에서 입수 실수로 안와골절을 입어 수술을 받았다.
방송인 정정아는 촬영 중 아나콘다에 팔을 물리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해당 사고 이후 프로그램이 전격 폐지되는 등 출연자 안전 문제가 방송 제작 자체에 영향을 미친 사례로 남았다.
이들 사고는 촬영 현장의 위험이 단순한 실수나 개인 부주의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출연자가 게임이나 연출에 참여하기 전 위험 요소가 충분히 설명됐는지, 촬영 장비와 무대 시설이 안전 기준을 충족했는지,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응급조치가 가능한 인력과 장비가 배치됐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은 재미를 높이기 위해 출연자 간 경쟁과 돌발 상황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출연자가 위험성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촬영에 참여하거나, 제작진이 장면의 완성도를 이유로 안전 절차를 생략한다면 사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출연자 안전을 제작진의 선의나 현장 판단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촬영 전 위험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고위험 장면에는 전문 안전관리자와 의료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와 보상 절차를 명확히 하는 표준 매뉴얼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출연자의 안전을 시청률과 홍보 효과보다 우선하는 제작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뒤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출연자에게 치료를 맡기는 방식만으로는 반복되는 위험을 막기 어렵다.
화려한 무대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그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의 안전부터 보장돼야 한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출연자 안전을 흥행을 위한 부수적 요소가 아니라 제작의 기본 조건으로 인식하고, 사전 점검과 응급대응 체계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