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뒤 탈당해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나온 그의 메시지는 복잡한 심경과 함께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홍 전 시장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인이 된 이후 대통령 선거에 불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실상의 투표 불참을 선언했다. 그는 현재 미국 하와이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태평양 건너 내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참으로 슬프게 보이지만, 대선 후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이제 시스템이 완비된 내 나라는 더 이상 망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현 대선 국면에 대한 착잡한 심정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비판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관망하는 듯한 태도로 풀이된다.
특히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말년에 정치를 "허업(虛業, 헛된 일)"이라 표현했던 것을 인용하며 정치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내비쳤다. 홍 전 시장은 "저 역시 30년 정치 생활의 자괴감을 태평양 바다에 띄워 보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경선 패배와 탈당 과정에서 느꼈던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특사단까지 파견하며 홍 전 시장에게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간곡히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홍 전 시장은 "김 후보를 확실히 지지한다"면서도 "이미 탈당한 상황에서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제안을 최종 고사했다. 보수 진영의 유력 주자였던 그의 이번 대선 불참 선언이 막판 보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