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고등학생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비극적인 사건을 두고 경찰의 초동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건 발생 전 유족이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신고 접수 후 학생들이 발견되기까지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구체적인 대응 시간 공개를 꺼리며 의혹을 키우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학생 3명이 아파트 화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시각은 21일 오전 1시 39분경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21일 0시 15분, 숨진 학생 중 한 명의 가족이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시점으로부터 학생들이 주민에 의해 발견되기까지는 1시간 24분, 즉 84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을지 모를 이 시간 동안 경찰의 대처가 신속하고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신고자 면담과 위치 추적을 해 찾던 중에 사망한 학생들이 발견됐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설명에 그친다. 신고 접수 직후 지구대 및 강력팀의 즉각적인 현장 출동과 휴대전화 위치 추적 착수 등 구체적인 조치 시간은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경찰은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미귀가 신고 접수 사실 자체에 대해 함구하는 태도를 보여,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마저 자초하고 있다.
숨진 학생들은 모두 같은 반 친구 사이로, 이 중 한 명이 사건 현장 인근에 거주해 해당 아파트를 마지막 장소로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20일 오후 11시 43분경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마지막으로 포착됐다. 현장에서는 학생 2명이 남긴 유서가, 다른 1명의 휴대전화에서는 유서 형식의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와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유족들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비극적인 소식을 접한 부산시교육청은 즉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교육청은 21일 오전 교육감 주재로 위기관리위원회와 긴급 대책회의를 잇따라 열고 공동대책반을 구성했다. 대책반은 해당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하는 등 자체적인 진상 조사에 나서는 한편,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심리 지원 및 예방 교육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창 꿈을 펼칠 나이의 고등학생 3명이 한꺼번에 생을 마감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고 있다. 경찰의 초동대응에 대한 한 점 의혹 없는 철저하고 투명한 사실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더불어 교육 당국의 심도 있는 원인 분석과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