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한반도를 달구는 가운데,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20대 베트남 국적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증상으로 숨지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즉각 해당 사업장에 전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대구고용노동청 구미지청 등에 따르면, 사고는 어제(7일) 오후 5시 38분경 경북 구미시 산동읍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했다. 이날 첫 출근한 베트남 국적의 20대 일용직 노동자 A씨가 공사장 한편에 앉은 채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동료들이 발견했다. 발견 당시 A씨의 체온은 40.2도에 달했다.
A씨는 오후 작업 중 동료들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비운 뒤 돌아오지 않았고, 오후 4시 작업이 모두 끝난 뒤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자 동료들이 그를 찾아 나섰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했다.
사고 당시 구미 지역은 지난달 29일부터 열흘 가까이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었으며, 어제 낮 최고기온은 37.2도를 기록하는 등 '살인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당국은 A씨가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온열질환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공사 현장이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만큼, 즉각 전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또한 사업주가 폭염 시 노동자에게 충분한 물과 그늘, 휴식을 제공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보건 수칙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만약 안전 수칙 위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업주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구미지청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는 동시에, 사업장의 안전수칙 위반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폭염에 가장 취약한 건설 현장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안전 불감증이 부른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정부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