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유명 김밥 전문점에서 김밥을 사 먹은 시민 130여 명이 집단으로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름철 위생 관리 부주의가 대규모 식중독 사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12일 오전 9시 기준으로 해당 김밥집에서 지난 9일부터 10일 사이 김밥을 구매해 섭취한 뒤 고열과 설사, 구토, 복통 등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인다는 신고는 총 132명에게서 접수됐다. 피해자들은 서초구뿐만 아니라 서울 각지와 인근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민들로, 이들 중 일부는 증세가 심해 병원 입원 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김밥집은 인근 직장인과 주민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알려져 평소에도 이용객이 많았던 곳이라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구청의 신고 접수와 별개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지역 단체 대화방 등에서도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서초구는 추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해당 음식점에 대해 즉각 영업을 중단시키고 긴급 위생 점검을 실시했다. 또한, 보건소 신속대응반을 투입해 환자들의 가검물과 음식점의 조리도구, 남은 식재료 등을 수거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보건 당국은 최근 고온다습한 날씨와 김밥의 재료 특성을 고려할 때, 계란 지단 등을 통해 전파되는 '살모넬라균'이나 조리 과정에서의 교차 오염으로 인한 '황색포도상구균'을 주요 원인균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살모넬라균은 35~37도의 고온에서 급격히 증식하는 특성이 있어, 폭염 속에서 식재료 관리에 조금만 소홀해도 대규모 식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김밥 섭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밥은 밥, 계란, 단무지, 시금치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고 대부분 손으로 직접 조리하는 과정에서 오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여름철 식중독 예방을 위해 ▲조리 전 비누 등 세정제로 손 씻기 ▲계란이나 고기 등은 완전히 익혀 먹기 ▲채소류는 깨끗한 물로 세척하기 ▲칼·도마는 식재료별로 구분해 사용하기 ▲조리된 음식은 가급적 2시간 이내에 섭취하기 등 기본 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원인균을 파악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며, 결과는 1주일 정도 뒤에 나올 예정"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음식점에 대해 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등 엄정한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