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기록적인 극한호우로 인해 전국적으로 심각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하며 비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21일 국민안전관리 일일상황보고에 따르면, 20일 오후 9시 기준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18명, 실종자는 9명으로 집계되어 총 27명이 이번 호우로 희생되거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재민은 1만 4천여 명에 달하며, 공공시설 및 사유시설 피해도 4천여 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 및 수색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인명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호우로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산사태가 강타한 경남 산청군으로, 사망자가 10명에 달하고 실종자도 4명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가평군에서도 2명의 사망자와 4명의 실종자가 발생했으며, 충남 서산 2명, 경기 오산·포천, 충남 당진, 광주 북구에서도 각각 1명씩 사망자가 나왔다. 광주 북구에서는 1명의 실종자도 추가로 확인됐다. 특히 산청 지역은 산사태로 인한 매몰 추정 실종자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수색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국 15개 시도에서 발생한 이재민은 9천887세대, 1만4천166명으로, 이들은 급박하게 삶의 터전을 떠나 대피소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도로 침수와 토사 유실, 하천 시설 붕괴 등 공공시설 피해는 1천999건에 이르며, 건축물 및 농경지 침수와 같은 사유시설 피해는 2천238건으로 파악되는 등 피해 규모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기상청은 21일 아침까지 전남권과 경남권, 제주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으며, 오전 9시부터 전북과 경북권에, 오후부터는 수도권과 강원, 충청권에서도 비가 내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남부지방에는 시간당 30~50mm의 매우 강한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보되어 추가 피해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한편, 정부는 호우특보와 예비특보가 모두 해제됨에 따라 20일 오후 6시를 기해 호우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에서 "주의" 단계로 하향 조정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3단계를 해제했다. 이는 지난 17일 오후 3시 30분부터 중대본 비상근무 수준을 3단계로 격상한 지 사흘 만이다.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실종자 수색 작업은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는 21일 오전 7시부터 59명의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여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마일리 일대를 집중 수색하고 있다. 지난 20일 새벽 가평에서 실종된 4명 중 40대 남성은 대보교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으며, 소방 당국은 이 남성의 아내와 아들을 실종자로 분류하고 마일리 캠핑장과 대보교 일대를 수색 중이다. 또한 대보교 인근 낚시터에서 급류에 휩쓸린 70대 남성과 산사태에 매몰된 70대 남성에 대한 수색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경남 산청군에서도 실종자 수색 작업이 3일째 이어지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등 구조대원들은 20일 오후 7시까지 실종자 발생 지역에서 수색 작업을 벌였으며, 21일 오전 6시부터 다시 현장에 집결하여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청 지역의 인명 피해는 사망 10명, 실종 4명(매몰 추정 등), 중상 2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실종자가 발생한 지역은 산청읍, 단성면, 신등면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해가 진 뒤 산사태 현장에서 작업을 이어가기 어려워 야간에는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면서 "밤사이 새로 발견한 실종자는 따로 없다"고 밝혔다.
이번 극한호우로 인한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정부와 관계 당국은 추가 피해를 막고 신속한 복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종자 수색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인명 피해 규모의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