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온 국외 연수 비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재점화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실태 점검에서 촉발된 이번 사안은 전주시의회를 넘어 전북도의회까지 번지며, 경찰의 광범위한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 논란에 더해 연수 경비를 부풀려 예산을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지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최근 전주시의회 사무국 직원 일부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지난해 실시된 시의원 국외 연수 과정에서 실제 지출된 항공료보다 더 많은 금액을 여행사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과다 책정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부풀려진 비용 중 일부가 현금 등의 형태로 의원들에게 되돌아가는 소위 "리베이트"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만약 리베이트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단순한 예산 횡령을 넘어선 조직적인 비리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 수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전북도의회 역시 비슷한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사 의뢰에 따라 도의회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권익위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북도의회가 집행한 국외 연수 비용에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예산 편성 단계에서는 고가의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기준으로 비용을 책정한 뒤, 실제로는 저렴한 이코노미석으로 변경하여 그 차액을 현금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경찰은 관련 여행사와 의회 사무국을 상대로 해당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해 전북도의회 측은 공식적으로 "국외 연수와 관련된 모든 절차는 여행사에 일임하여 진행했기 때문에 의회 차원에서는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경찰의 수사에는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의회의 관리 감독 책임에 대한 비판 여론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북 지역 지방의회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는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전국 243개 지방의회 국외 출장 실태 점검" 결과의 후속 조치 성격이 짙다. 당시 권익위는 다수의 지방의회에서 항공료 과다 청구, 허위 공문서를 통한 예산 집행 등 부적절한 사례를 대거 적발했으며, 이 중 위법 소지가 명확한 건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전북 지역에서는 전주시의회와 전북도의회 외에도 일부 시군 의회가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지방의회의 도덕적 해이와 구조적 비리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