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도심에서 전 연인을 흉기로 살해하고 달아났던 20대 남성이 범행 하루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는 과거에도 수차례 피의자를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드러나, 반복되는 교제폭력이 결국 참극으로 이어진 것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전서부경찰서는 30일 살인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대전 중구의 한 모처에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전날인 29일 낮 12시쯤, 대전 서구 괴정동의 한 빌라 앞에서 전 연인인 3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직후 A씨는 미리 준비한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에서 도주했다. 경찰은 CCTV 영상 분석과 탐문수사를 통해 도주 경로를 추적했으며, 약 24시간 만인 이날 정오경 A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번 사건은 이미 예견된 비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 B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A씨를 재물손괴, 주거침입, 폭행 등 혐의로 총 4차례나 112에 신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A씨는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B씨의 주거지 인근에서 B씨를 폭행하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시비를 걸다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B씨에게 스마트워치 지급 등 신변 보호 조치를 안내했지만, B씨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며 조치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따라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법원에 신청하지는 않았다.
결국 이별 후에도 이어진 A씨의 상습적인 폭력과 위협이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교제폭력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데 실패하면서, 또 한 번의 안타까운 ‘교제살인’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