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염소를 사달라”며 시청자들을 웃음 짓게 했던 까만 피부의 소년이 9년 뒤, 한국 육상 역사에 길이 남을 금빛 질주를 선보였다. 한국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이 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 사상 최초로 정상에 오른 가운데, 팀의 두 번째 주자로 활약한 나마디 조엘진(예천군청) 선수의 특별한 이력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은 지난 27일, 독일 보훔에서 열린 2025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 결선에서 38초 50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서민준(서천군청), 나마디 조엘진, 이재성(광주광역시청), 김정윤(한국체대) 순으로 이어진 대표팀은 완벽한 팀워크로 남아프리카공화국(38초 80)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육상이 U대회를 포함한 세계 종합대회 계주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쾌거의 중심에는 2번 주자 나마디 조엘진의 폭발적인 스피드가 있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이 낯익다는 반응이 쏟아지면서 과거 이력이 재조명됐다. 그는 2016년 방영돼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던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우르크의 소년 ‘블랙키’ 역으로 출연했던 아역 배우 출신이다. 당시 그는 극 중 의료봉사를 온 의사 이치훈(샤이니 온유 분)에게 신발을 선물 받자 “이거 말고 염소 사줘요”라고 말하는 순수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염소 소년’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조엘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육상에 입문, 아버지의 운동신경을 물려받아 단거리 유망주로 무섭게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10초 30으로 한국 남자 고등부 100m 신기록을 세웠고, 올해 5월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4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합작하며 한국 육상의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드라마 속 작은 배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던 소년이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프린터로 성장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