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시대’를 외치던 더불어민주당이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추진하다 거센 역풍을 맞았다. 개편안 발표 직후 주식시장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최대 낙폭으로 곤두박질치고, 분노한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빗발치자 결국 하루 만에 “상향을 검토하겠다”며 백기를 들었다.
전날 한미 관세협상 타결 소식에 “불붙는 증시, 코스피 5000 시대의 동력으로 삼겠다”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던 민주당의 낙관론은 단 하루를 가지 못했다. 1일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 속에 4% 가까이 폭락하며 3200선이 붕괴됐다.
시장은 이번 폭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지목했다. 특히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10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대폭 낮추는 방안이 연말 ‘매물 폭탄’을 우려한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는 즉각 행동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하향 반대’ 청원은 이틀 만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채웠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민주당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주식시장 마감 직후 SNS를 통해 “10억 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글을 올리며 한발 물러섰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당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편안을 주도한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있다. 그는 “연말 주가 하락 우려는 별 근거가 없다”, “주가가 하락하면 도리어 투자의 적기”라며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지만,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과거 발언까지 재조명되며 투자자들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특히 과거 한 방송에서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아 실제적인 양태는 잘 모르겠다”고 말한 사실까지 알려지며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약속했던 정부의 국정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세제 개편안이 시장에 큰 혼란만 야기한 채 사실상 재검토 수순에 들어가면서, 정책 신뢰도에 큰 흠집이 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은 향후 조세특위에서 주식양도세뿐 아니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에 대한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