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어제 열린 2차 TV토론회는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후보들의 거친 설전으로 채워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입장을 기준으로 '찬탄파'와 '반탄파'로 나뉜 후보들은 과거 계엄 사태를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이며 좁힐 수 없는 시각차만 재확인했다. 당의 미래 비전보다는 과거사 논쟁이 전당대회를 지배하면서, 선거 막판까지 당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날 토론의 최대 쟁점은 단연 '계엄' 문제였다. 찬탄파인 안철수 후보는 "6시간 계엄으로 죽거나 다친 사람은 없다"는 반탄파 김문수 후보의 과거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에 김 후보는 "계엄으로 살상된 사람은 없었지만, 북한 핵무기는 수십만 명을 살상한다"며 논점을 벗어난 답변을 내놓았다. 안 후보는 즉각 "계엄으로 GDP가 증발하고 자영업자 90%가 매출 급감을 겪었으며, 그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들도 많았다"고 반박하며 계엄 사태가 남긴 실질적인 피해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후보들 간의 공방은 감정 섞인 비판으로까지 번졌다. 찬탄파 조경태 후보는 반탄파 장동혁 후보가 국회 계엄해제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져놓고, 이후 기독교 집회에서는 계엄을 "하나님의 계시"라고 언급한 점을 들어 '이중성'이라고 공격했다. 장 후보는 "모든 것이 결국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다는 취지였을 뿐, 계엄을 정당화하려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후보들 간의 불신은 여과 없이 드러났다.
'국민의힘이 무엇을 버려야 사는가'라는 공통 질문은 양측의 근본적인 시각차를 명확히 보여줬다.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각각 "계엄 옹호 세력"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목하며 과거와의 단절을 주장했다. 반면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내부 분열"이라고 입을 모으며 당의 화합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국민의힘은 오는 19일 마지막 TV토론을 거쳐 22일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한다. 선거가 종반으로 치닫는 가운데,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계파 갈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찬탄파 후보들의 단일화 여부가 막판 선거 판세를 뒤흔들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