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극한 대치 끝에 잠정 합의했던 "3대 특검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거부로 하루 만에 전면 백지화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수정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원내 지도부에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잠시 해빙 무드를 보였던 정국은 다시금 얼어붙으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었고, 이는 당 지도부의 뜻과도 다르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특히 "특검법 개정의 핵심 중 핵심은 기간 연장"이라고 강조하며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쪽으로 협상이 된 것은 특검법의 원래 취지와 정면에 배치되기 때문에 재협상을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원내 지도부의 협상 결과를 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거부한 것으로, 이례적인 상황에 정치권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내란·김건희 여사·해병대원 순직' 등 3대 특검법 개정안 처리에 극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당시 합의안의 골자는 민주당이 국민의힘 측이 "독소 조항"으로 지적해 온 수사 기간 연장 조항을 포기하는 대신, 정부 조직 개편의 핵심인 금융감독위원회 설치에 대한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었다. 이는 민생과 관련된 정부 조직 개편을 위해 민주당이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며 협치의 물꼬를 트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합의안 내용이 알려지자 민주당 내부와 지지층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특검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사 기간 확보가 필수적인데, 가장 핵심적인 기간 연장 카드를 포기한 것은 "굴욕 협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지도부의 결정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결국, 정청래 대표가 직접 나서 합의안을 뒤집고 재협상을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국민의힘은 즉각 "합의 파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 내부의 갈등과 당원들의 반발을 이유로 합의를 이행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거대 야당이 하루 만에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파기하는 행태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라며 "정청래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한 민주당과는 더 이상 신뢰에 기반한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맹비난했다.
이번 합의 파기 사태로 인해 9월 정기국회는 시작부터 파행을 맞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3대 특검법이라는 최대 뇌관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가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예산안 및 민생 법안 처리 등 산적한 현안 논의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강경 노선을 재확인한 만큼, 향후 정국 운영이 대화와 타협보다는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