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교촌치킨이 사실상의 가격 인상으로 해석되는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경쟁사인 노랑통닭이 정반대의 전략을 선언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며 가격과 용량에 민감해진 소비자 여론을 두고 두 기업의 엇갈린 행보가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교촌치킨은 최근 간장순살, 레드순살 등 주요 순살 메뉴 4종의 조리 전 중량을 기존 700g에서 500g으로 약 28% 줄였다.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여기에 기존 닭다리살 100% 원칙을 깨고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닭가슴살과 안심을 혼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제품의 양과 질을 동시에 낮춘 조치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격을 직접 올리는 대신 용량을 줄여 이윤을 확보하려는 "꼼수 인상"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교촌치킨 측은 신메뉴와의 규격 통일 및 가맹점 운영 효율성 개선을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특히 교촌치킨은 과거에도 가격 인상을 선도하며 "비싸고 양이 적다"는 인식이 있었던 만큼, 이번 조치는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랑통닭은 17일, 전국 모든 매장에서 판매하는 순살 메뉴 전 품목에 닭다리살 100% 사용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노랑통닭은 지난 5월 조류 인플루엔자 여파로 브라질산 닭고기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닭다리살과 안심을 혼용해왔다. 아직 수입 여건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육즙이 많고 부드러워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위인 닭다리살 100% 사용으로 복귀를 결정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교촌치킨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을 극대화하고, 품질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려는 전략적 승부수로 해석하고 있다. 경쟁사의 제품 경쟁력이 약화된 시점을 파고들어 자사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슈링크플레이션"이라며 "제품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을 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잃게 만드는 위험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치킨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두 기업의 경영 철학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교촌치킨이 원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택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는 동안, 노랑통닭은 품질 유지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 기만 논란과 품질 경쟁력 강화라는 상반된 키워드를 쥔 두 기업의 향후 실적이 치열한 치킨 시장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