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종료를 앞둔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노후 소방차 기증을 명목으로 중앙아시아로 출장을 떠났지만, 일정 대부분이 유명 관광지 방문으로 채워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과 국민의힘 의원 6명으로 구성된 10명의 해외 출장단이다. 이들은 7박 9일 일정으로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방문 중이다. 공식 출장 계획서에 명시된 주목적은 국내에서 폐기되는 노후 소방차를 키르기스스탄에 전달하는 행사 참석이다. 임상오 안전행정위원장은 출장 목적이 "폐기되는 소방차를 전달해주는 전달식 때문"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하지만 출장의 세부 일정을 보면 본래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도착 다음 날부터 "중앙아시아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는 차른 캐니언 방문을 시작으로, 주말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정호수인 이식쿨 호수를 찾는 등 관광 일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밖에도 침블락 국립공원, 오시 바자르 전통시장, 알라 아르차 국립공원, 알라투 광장 등 방문 예정인 관광지만 총 6곳에 달한다.
소방 행정과 무관한 관광지 방문 이유에 대해 임 위원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았다. 그는 주말 기관 방문이 어렵다는 이유를 대며 "쉴 수 있는 시간에 그거라도 눈으로 좀 볼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 좋은 거 아니겠어요?"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호수 방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요만한데 그 나라가 크니까 크게 만들 수 있는 호수가 어디 있는지도 연구해 볼 필요도 있지 않아요"라고 답했으며, 협곡을 방문하는 이유를 묻자 "우리도 캐니언 없으면 캐니언 개발을 좀 해봐야지"라는 황당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소방차 지원은 키르기스스탄 한 곳에만 해당하는데도, 아무런 연관이 없는 카자흐스탄까지 방문 일정에 포함시킨 점도 의문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그쪽하고도 또 무슨 얘기를 하다 보면 뭐가 또 나오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내비쳤다. 출장 계획과 말이 다른 의원도 있었다. 유경현 부위원장은 "제가 알기로는 관광지 견학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의원들 간에 사전 소통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번 출장에 투입되는 예산은 총 3천5백여만 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이다. 출장 심사 단계에서 한 위원이 "놀러 가는 것이라는 오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상당히 세밀하고 아주 강행군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에 막혀 제대로 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주민의 대표로서 의정활동에 힘써야 할 의원들이 명확한 목적 없이 세금을 들여 사실상의 해외 관광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