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던 지귀연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지 전 수석이 기업인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금품과 직무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검찰이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3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지 전 수석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인정되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해당 금품이 피고인의 정무수석으로서의 직무와 직접적인 대가 관계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직무관련성에 대한 검찰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법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밝혔다.
지 전 수석은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 재직하던 시절, 한 건설사 대표로부터 사업상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중 일부 금액에 대해 포괄적인 직무관련성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금품 수수 시점과 직무 행위 사이에 구체적인 연결고리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고위 공직자의 뇌물죄 성립 요건인 '직무관련성'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향후 고위급 인사를 대상으로 한 뇌물죄 수사가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