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경호처에 총기 사용을 거론했다는 충격적인 법정 증언이 나왔다. 또한,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 통화 내역 삭제를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에 직접 관여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전직 대통령의 사법 방해 논란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5부 심리로 열린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과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 등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대경 전 경호처 지원본부장은 당시 상황을 상세히 증언했다. 김 전 본부장은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자신에게 "대통령께서 '총 한 번만 쏘면 되지 않느냐'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검팀이 "영장 집행 인력에게 실탄을 쏘라는 의미였느냐"고 묻자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공포탄으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증언에 따르면, 공수처의 1차 체포 시도가 경호처의 저지로 무산된 이후,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은 "공포탄을 쏴서 겁을 줘야 한다"며 38구경 권총을 구해달라고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김 전 본부장은 이 요청이 이 전 본부장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박종준 전 처장의 의중도 함께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여, 경호처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체포 저항을 준비했음을 시사했다. 이는 대통령 경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넘어, 법원의 정당한 영장 집행을 무력으로 막으려 한 초유의 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더욱이 김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폭로했다. 그는 박 전 처장으로부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군 지휘관들의 비화폰 통화 기록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대통령의 지시가 맞느냐"고 묻자 박 전 처장이 "어떻게 알았느냐"고 반문하며 사실상 시인했다고 밝혔다. 김 전 본부장은 해당 지시가 명백히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판단해 이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정에서 나온 증언들은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형사 책임을 피하기 위해 국가 공권력과 군 통수 시스템을 사적으로 동원하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법원의 영장 집행을 총기로 저지하려 했다는 발언은 그 자체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재판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와 관여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향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