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김포의 한 육군 부대에서 실탄 270여 발이 수년간 방치됐다가 최근 폐기물 더미 속에서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그러나 군의 탄약 장부상으로는 분실 기록이 전혀 없어 관리체계 전반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군 당국과 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7월 육군 17사단 예하 김포의 한 부대에서 발생했다. 폐기물 정리 작업을 하던 장병들이 낡은 나무상자 하나를 발견했고, 상자를 열어보니 내부에는 K2 소총용 5.56㎜ 실탄 272발이 들어 있었다. 상자는 습기와 부식으로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으며, 외부에는 붉은색 글씨로 ‘폭발물’ 표지가 적혀 있었다.
함께 발견된 탄약 실명카드에는 2021년 12월 당시 부대 지휘관의 확인 서명이 남아 있었다. 군은 해당 상자가 3년 반가량 부대 내 야적지에서 방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관리 체계에서 어떠한 이상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군사경찰이 즉각 조사에 착수해 부대 탄약고를 전수 점검하고, 상급부대인 수도군단까지 합동으로 재고 조사를 실시했지만, 장부상의 실탄 수량과 실제 보유량이 모두 일치했다.
이로 인해 “장부 외 별도 경로로 유입된 실탄이 있었거나, 분실 후 숫자를 맞추는 방식으로 허위 기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 내부에서는 탄약이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훈련이나 점검 과정에서 임의로 이동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발견된 탄약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나 사용 흔적이 없으며, 안전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방위원회 유용원 의원(국민의힘)은 “탄약 관리의 기본 절차가 무너진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육군 전체의 탄약 관리 실태에 대한 전면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8일 인천 무의대교 인근에서 탄피 200여 발이 무더기로 발견된 지 사흘 만에 드러나면서 군의 탄약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군 관계자는 “현재 군사경찰이 실탄이 방치된 경위와 관련자 관리 책임 여부를 조사 중이며, 전국 부대의 탄약고 관리 실태를 다시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현장 부주의 수준을 넘어, 장기간에 걸친 관리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한다. 특히 장부와 실재고가 일치한 상태에서 ‘유령 탄약’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군의 물적 자산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