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한 국회의 질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조 대법원장은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것은 재판의 독립성과 사법부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13일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재판과 이른바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국회에 출석한 만큼, 해당 사건 재판의 공정성과 법원의 판단 기준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으나, 조 대법원장은 헌법상 사법권 독립 원칙을 들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조 대법원장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사법부 수장이 국회에서 언급하는 것은 헌법 제103조의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며 “법관이 국회 증언대에 서서 개별 재판을 설명하게 된다면 재판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판은 국회의 통제나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오로지 법과 증거에 따라 법정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사법부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법사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을 담당한 지귀연 부장판사를 포함해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 등 현직 법관들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진행 중인 재판의 합의 과정은 공개할 수 없으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비공개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는 조 대법원장의 출석을 두고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장이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국회가 재판에 간섭하려는 것은 명백한 삼권분립 침해”라고 맞섰다.
한편 조 대법원장은 법사위원들의 질의에 답하며 사법 신뢰 회복과 법원 내부 혁신 의지도 밝혔다. 그는 “사법부가 국민 신뢰를 잃는다면 헌법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을 통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법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국정감사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주요 사법부 인사들이 증언대에 오르지 않거나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사법부 독립’과 ‘국회 감시권’의 경계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