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둘러싼 검경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이 합동수사팀을 "불법 단체"라 정면 비판했던 백해룡 경정에게 이례적으로 팀장 전결권을 부여하며 사실상 독립적인 수사팀 운영을 허용한 것이다. 검찰 주도의 합동수사라는 틀 안에서 경찰팀의 독자성을 보장한 이번 조치가 수사의 돌파구를 마련할지, 혹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지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 산하의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정부 합동수사팀은 백해룡 경정이 이끄는 경찰 파견팀에 독자적인 수사 및 결재 권한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백 경정을 포함한 경찰관 5명으로 구성된 '백해룡팀'은 동부지검 청사 내에서 '작은 경찰서'와 같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들은 백 경정 본인이 직접적인 고발인이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외압' 부분을 제외한 핵심 의혹, 즉 세관 직원의 마약 밀수 연루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사건 수사 개시부터 영장 신청, 검찰 송치 결정까지 통상적인 사법경찰관의 수사 절차를 독자적 판단하에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한 셈이다.
이러한 결정은 합동수사팀 출범 초기부터 이어진 파열음을 봉합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백 경정은 파견 발령 후 첫 출근일인 지난 16일, 검찰을 주축으로 한 현재의 합동수사팀을 "불법 단체"라고 규정하며 강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그는 현재의 지휘 체계에서는 소신 있는 수사가 불가능하며 수사 인력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수사팀의 구조적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동부지검 10층에 마련된 사무실의 경찰망 연결이 완료되어 물리적인 수사 개시가 가능한 상황에서도, 지휘 체계에 대한 반발로 수사가 공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백 경정의 주장에 즉각 반박하며 수사팀 운영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동부지검은 "합동수사팀 구성 당시부터 백 경정과 기존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을 포함해 검찰보다 더 많은 외부 기관 인력을 배치했다"고 밝히며, 이는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최대한 담보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모든 수사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 위법성 시비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전결권 부여 결정은 이와 같은 검찰의 입장 표명에 이은 구체적인 후속 조치로, 백 경정이 제기한 '수사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결국 검찰이 한발 물러서 경찰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세관 마약 수사'의 공은 '백해룡팀'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검찰청사 내에서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팀을 꾸리는 전례 없는 상황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형태의 긴장 관계를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사의 향방과 성과는 물론, 검경이 불편한 동거 속에서 어떻게 협력하고 견제하며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 나갈 것인지 그 과정 자체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