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의 형사 재판을 임기 중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른바 "대통령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추진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해당 법안을 "국정안정법"으로 명명하며 연내 본회의 처리 가능성까지 시사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온 전격적인 입장 선회는, 법안을 둘러싼 "방탄 입법" 논란과 국민 여론의 거센 비판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해소하고 국정 초점을 전환하려는 당 지도부의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3일 국회에서 진행한 브리핑을 통해 "정청래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국정안정법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철회 배경과 관련하여 "지금은 한미 관세 협상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과와 대국민 보고대회 등 주요 국정 사안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데 의견을 일치시켰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 결정이 "대통령실과도 조율을 거친 사안"임을 명확히 밝히면서, 당 차원의 독단적 결정이 아닌 국정 전반의 안정성을 고려한 결정임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대통령의 직접적인 사법 리스크와 연관된 법안 추진이 자칫 국정 운영 전반에 부정적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는 당 안팎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해당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미 지난 6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여 본회의에 계류된 상태였기에, 당 지도부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법안은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의 재판을 대통령 임기 중 정지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회피를 위한 "위인설법"(爲人設法, 특정인을 위해 법을 만드는 행위)이라는 격렬한 비판에 직면해왔다. 특히 전날 박 수석대변인이 법안에 "국정안정법"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 강행 처리 의사를 내비치자, 국민의힘은 송언석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반헌법적 발상", "이재명 유죄 자백법"이라며 강력히 맞서면서 정국 경색을 예고한 바 있다.
이처럼 법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야당의 강한 반발이 심화되자, 민주당은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APEC 정상회의의 외교적 성과를 포함한 국정 전반의 긍정적 메시지가 가려질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지도부의 갑작스러운 결정 번복은 법안 강행 처리 시 예상되는 여론의 역풍을 차단하고, 당이 주력하려는 국정 과제 홍보 및 대국민 소통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후퇴로 풀이된다. 이로써 이 대통령 관련 사법 리스크는 다시 법원의 판단이라는 기존의 사법 시스템 내에서 다뤄지게 되었으며, 이를 둘러싼 여야 간의 정치적 공방은 재판 재개 여부와 사법 시스템 전반의 개혁 공론화에 초점을 맞추는 형태로 전환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이번 결정이 향후 대여 관계와 정국 운영, 그리고 법사위에서 논의 중인 사법개혁 관련 의제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