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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심 고등학생 구급차 '응급실 뺑뺑이' 끝에 사망, 심각한 소아 의료 공백 실태 드러나

강수영 기자 | 입력 25-11-18 20:04



부산 도심에서 경련 증세를 보인 고등학생을 태운 구급차가 소아 진료가 가능한 대형 병원을 찾지 못해 약 한 시간 동안 표류하다 결국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며, 지역 소아 의료 시스템의 심각한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도심 한복판에서 응급 환자를 제때 수용할 병원이 없어 경남 지역까지 이송 범위를 넓혀야 했던 이번 사태는 응급 의료 체계와 배후 진료 시스템의 붕괴가 초래한 비극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0일 오전 6시 17분경, 부산의 한 고등학교 인근에서 재학생이 경련 증세를 보이며 쓰러지는 위급 상황이 발생했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 당국은 16분 만인 오전 6시 33분경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학생은 의식이 혼미했으나 호명에 반응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학생을 이송하기 위한 구급대원의 노력은 곧 난관에 봉착했다. 구급대원은 곧바로 부산 지역 내 대형 병원 4곳에 연락을 취했으나, 해당 병원들은 모두 학생의 수용을 거절했다. 병원들이 거절한 주된 이유는 소아신경과 관련 배후 진료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구급대원은 부산소방재난본부 산하 구급상황관리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센터는 다시 총 8곳의 병원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 역시 모두 거절당했다. 최종적으로 부산 지역 내 총 12곳의 대형 병원이 응급 환자 수용에 난색을 표한 것이다.

병원 이송이 지연되면서 구급차 안에서 약 1시간 가까운 시간이 허비되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당시 부산에서 병원을 찾을 수 없어 경남 창원의 병원까지 이송 범위를 넓혀 알아봐야 했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결국 오전 7시 30분경, 구급차 내에서 학생은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다. 심정지 상태에서야 근처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었으나, 도착 직후 학생은 끝내 숨졌다. 부산 도심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과 응급실의 인력난이 결합된 소아 의료 공백 문제가 응급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당시 부산에서 병원을 찾을 수 없어 경남지역까지 이송 병원 범위를 넓혔지만, 진료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며, "소아과 관련 배후 진료가 병원 현장에서 이뤄지지 않아 이송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형 병원들이 야간 및 휴일 등 취약 시간대에 응급 환자를 받을 수 있는 필수 진료과 의료진(특히 소아신경과 등)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전공의 부족 등의 이유로 해당 환자를 위한 후속 진료 체계를 가동할 수 없었음을 시사한다. 이번 '응급실 뺑뺑이' 사태는 단순한 이송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응급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붕괴와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필수 의료 분야 기피 현상이 낳은 사회적 참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소아 응급 진료의 지역 거점 병원 체계를 즉각 강화하고 필수 의료 분야 인력 유치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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