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즉 지역의사제 법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인재 양성을 위한 수련 환경 마련이 먼저"라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지적했다. 대전협은 23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해당 제도가 지역 주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와 같은 미비한 의료 인프라 상태에서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선제적인 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국회 복지위를 통과하며 입법이 가시화된 지역의사제는 의과대학 신입생 중 일부를 지역의사 선발 전형으로 모집하여 학비 등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졸업 후 10년간 정해진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복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고질적인 지역 간 의료 인력 수급 불균형과 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핵심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이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 특히 현장에서 활동하는 젊은 의사들을 대변하는 대전협은 이러한 의무 복무 규정만으로는 지역 의료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대전협은 현행 법안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역 의료기관의 "의료 인프라 미비"를 꼽았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다양한 환자군과 충분한 환자 수, 그리고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된 의사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의료기관과 지도전문의가 없다면 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전공의는 전문의로 성장하기 위한 수련 과정에 있는 의사로서, 선배인 지도전문의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며 성장해야 하는 '어린 나무와 같은 존재'로 비유했다. 따라서 숲이 건강해야 나무가 자랄 수 있듯이, 지역 의료 인프라가 탄탄해야 젊은 의사들이 제대로 성장하고 지역 의료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현실적으로 지역의 수련 환경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대전협의 주장이다. 이들은 "최근 지역 수련병원의 지도전문의 이탈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의료 인프라의 핵심인 숙련된 지도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의무 복무를 강제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대전협은 현 시점에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는 행위를 "일구지도 않은 황무지에 씨앗을 뿌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하며, 정책 성공을 위해서는 인재를 양성할 수련 환경이 선제적으로 마련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선결 과제로 지역 지도전문의 확충과 핵심 수련병원의 역량 강화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대전협의 비판은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의료 현장의 전문성과 교육 시스템 부재로 인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명확히 보여준다. 지역의사제가 지역 의료 인력 확보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정부와 여당의 입장과 달리, 젊은 의사들은 수련 환경 개선과 현실적인 지역정책수가 등 보상 체계 도입과 전폭적인 투자가 선행되지 않는 한 제도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향후 정책 시행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지속적인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