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반도체와 승용차 등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11월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를 달성했다. 한국은행이 2026년 1월 9일 발표한 "2025년 11월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122억 4,000만 달러(약 17조 8,00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이는 3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간 것이며, 11월 한 달 실적으로는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1,018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0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이는 재작년 같은 기간의 866억 8,000만 달러보다 17% 이상 증가한 수치로,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한층 강화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추석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여파로 주춤했던 전월의 68억 1,000만 달러 흑자와 비교하면 한 달 사이 흑자 폭이 두 배 가까이 확대된 셈이다.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 흑자가 133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흑자 기조를 견인했다. 이는 11월 기준 역대 최고치이자, 전체 달 기준으로는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수출은 601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5% 증가했다. 인공지능 산업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 폭발로 IT 품목 수출이 급증했으며, 비IT 품목인 승용차도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며 수출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반면 수입은 에너지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가스, 석유제품, 원유 등 원자재 수입이 7.9% 감소하며 전년보다 0.7% 줄어든 468억 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는 27억 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객 증가와 기타 사업 서비스 이용 확대가 적자 폭을 유지시키는 요인이 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 수입 등을 중심으로 19억 1,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으며, 이전소득수지는 2억 5,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의 순자산은 11월 중 82억 7,000만 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40억 9,000만 달러 늘었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17억 6,000만 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 부문에서는 서학개미로 불리는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122억 6,000만 달러의 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채권을 중심으로 57억 4,000만 달러 늘어났다. 경상수지의 견조한 흑자 흐름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지표 간의 괴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실물 경제의 핵심 지표인 수출 경쟁력은 여전히 탄탄한 펀더멘털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의 장기 호황 국면과 자동차 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맞물리면서 당분간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에너지 가격 변동성은 향후 상품수지 흑자 폭을 결정지을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대외 여건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경상수지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기여도를 정밀하게 분석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