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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거부 대리 서명" 파문…대학병원 간호사, 환자 동의 없이 DNR 처리 '관리 부실' 확인

최예원 기자 | 입력 25-12-05 18:44



환자의 생명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을 최후까지 보장해야 하는 연명의료 결정 과정에서 중대한 절차 위반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의료계에 파문이 예상된다. 임종을 앞둔 환자나 가족의 명시적 동의가 있어야만 심폐소생술 등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가 폐렴 환자의 연명의료 거부 동의서에 임의로 대리 서명을 한 사실이 보건복지부 조사를 통해 확인되었다. 해당 환자는 입원 한 달여 만에 심정지로 사망했으며,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법률 위반 논란과 관리 부실에 대한 행정 처분이 임박한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환자의 마지막 자기결정권이 의료 현장에서 얼마나 취약하게 다루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문제가 된 사건은 재작년 8월 폐렴으로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던 김모 씨 어머니의 사례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주치의는 보호자인 딸 김 씨에게 연명의료 포기 동의서 작성을 권유했고, 보호자는 서류를 작성하다가 그 내용이 연명의료 거부임을 인지한 뒤 작성을 중단하고 병원 측에 되돌려주었다. 즉, 보호자는 연명의료 거부에 대한 최종 동의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환자는 병세가 호전되다가 입원 한 달여 만에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숨졌으며, 간호 일지에는 환자가 DNR(Do Not Resuscitate), 즉 연명의료 거부에 동의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사망 당시 심폐소생술 등 연명의료는 시행되지 않았다. 이후 해당 사실을 알게 된 보호자는 병원 측을 고소하는 등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다툼을 시작하였다.

보건복지부가 착수한 현장 조사 결과, 병원의 총체적인 관리 부실 정황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보호자가 작성하다 중단한 미완성 동의서는 폐기되지 않고 연명의료 담당 부서에 전달되었고, 이 과정에서 간호사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임의로 기재한 뒤 서명까지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의 핵심 절차인 환자나 가족의 최종 의사 확인이나, 연명의료 중단 등록 후 보호자에게 통보하는 필수적인 절차는 전혀 이행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병원 측은 복지부 조사에서 "서명을 단순 누락한 것으로 인식해 보완 차원에서 서명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요구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 원칙과 엄격한 동의 절차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호자가 병원 측을 상대로 제기했던 고소 사건은 연명의료 중단 행위와 환자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혐의없음'으로 종결되었다. 그러나 보호자는 "가족들한테 진짜 평생에 정말 씻을 수 없는 상처"라며, 고령이거나 병세가 심하다는 이유로 절차적 하자가 간과되는 것에 대한 깊은 좌절감을 표명하였다. 연명의료 결정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가장 첨예하게 적용되는 영역이며, 현행법은 환자의 명시적인 의사 또는 가족 전원의 동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임의로 서류를 조작하거나 대리 서명을 한 것은 의료 윤리와 법률이 정한 환자의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한 행위로 해석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중대한 관리 부실이자 절차 위반으로 판단하고 해당 대학병원에 대한 행정 처분을 예정하고 있다. 이는 연명의료 결정 절차를 임의로 훼손한 의료기관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강력한 경고이며, 향후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명의료 거부 신청 시 환자나 가족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단순한 서류 보완이나 구두 확인을 넘어선 더욱 철저하고 다층적인 방식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마지막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의료기관의 책임 있는 자세와 함께 관련 법규정의 실질적인 집행 강화가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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