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소속 내야수 맥스 먼시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팀 동료 오타니 쇼헤이의 낮은 연봉 수준에 대해 유쾌하게 해명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타니는 올 시즌 200만 달러(약 29억 원)의 연봉을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그의 총 계약 규모(10년 7억 달러)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낮은 금액이다. 이러한 '박봉' 논란의 배경에는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오타니의 독특한 '지불유예(디퍼, Deferred Payment) 계약'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먼시는 최근 야구 팟캐스트 '파울 테리토리(Foul Territory)'에 출연하여 오타니의 재정 상태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진행자이자 전 뉴욕 양키스 포수인 에릭 크라츠는 "연봉이 200만 달러밖에 안 되는 오타니가 '얘들아, 미안한데 몇 달러만 빌려줄래?'라고 말한 적 있어?"라는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 먼시는 폭소를 터뜨리며 "오타니는 경기장 안팎에서 항상 한결같다. (연봉 200만 달러여도) 그는 완전히 괜찮다(He’s completely fine)"고 답하며 동료의 재정 상태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오타니는 지난 2023년 12월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약 1조 310억 원)라는 메이저리그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계약의 무려 97%에 해당하는 금액을 계약 기간이 끝난 후 후불로 지급받는 '디퍼 계약' 방식을 채택했다. 구체적으로 오타니는 2033년까지 매년 200만 달러씩 수령하며, 계약이 만료되는 2034년부터 10년 동안 매년 6,800만 달러(약 1,000억 원)를 지급받게 된다. 겉으로 드러난 연봉만 보면 메이저리그의 '최저 연봉'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오타니는 광고 및 스폰서십 활동을 통해 연간 1억 달러(약 1,470억 원)에 육박하는 부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실질적인 총수입은 현역 선수 중 최고 수준이다.
다저스는 오타니 외에도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등 주요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지불유예 계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디퍼 계약'의 전매특허 구단이다. 이 방식은 당장의 구단 지출을 줄여 샐러리캡 운용에 유연성을 확보하고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전략으로 사용된다. 이에 대해 먼시는 "어느 팀이나 예전부터 해오던 방식"이라며 "결국 선수가 그 조건을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구단의 전략을 옹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다저스의 디퍼 계약 활용 방식에 대해 "편법에 가깝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메이저리그에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팀 연봉 총액에 따라 사치세가 부과되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지급 시기를 뒤로 미루어 당장의 사치세 부담을 줄이는 다저스의 전략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정 규모가 작은 스몰 마켓 구단들로서는 다저스와 같은 빅 마켓 구단의 공격적인 디퍼 계약 활용이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경쟁 상대였던 토론토 블루제이스 또한 이번 오프시즌 동안 디퍼 계약을 활용해 전력을 보강하는 추세를 보였다. 토론토는 딜런 시즈와 7년 2억 1,000만 달러(약 3,090억 원)에 계약하면서 총액 중 6,400만 달러(약 942억 원)를 후불 방식으로 지급하는 조건을 포함했다. 이는 오타니의 사례 이후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디퍼 계약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