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관들의 최고 의결 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8일 특정 정당이 주도하는 이른바 사법개혁 법안에 대하여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고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심각한 위헌 소지를 내포한다"는 결론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날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정기 회의에서 전국 법관 대표들은 현안으로 떠오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끝에 사법부의 명확하고 단호한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번 논의의 핵심 대상인 두 법안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야당의 강력한 반발 속에 강행 처리된 바 있어 입법 과정에서부터 첨예한 정치적 갈등을 빚어왔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주요 사건을 전담 심리할 1·2심 재판부를 지정하고, 그 판사의 선임 과정에 법원 외의 기관이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왜곡죄는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판사 또는 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할 경우 형사처벌을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법관대표회의는 내란전담재판부의 설치가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부 독립의 근간인 '법관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한다고 보았다. 특정 사건을 심리할 재판부를 사후에 특정 목적을 가지고 구성하는 것은 사건의 성격과 관계없이 무작위로 재판부를 배당하는 근대 법치주의의 핵심 원칙인 '법관의 공정성'을 무너뜨린다. 법원행정처를 비롯한 사법부 내부에서는 법무부 장관이나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이 추천권을 행사하는 방식 자체가 행정부 및 외부 권력이 재판부 구성에 개입하는 통로를 열어주어 재판 결과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실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더욱이 법왜곡죄 신설은 법관의 독립적인 직무 수행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위협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관이 내린 판단에 대해 사후적으로 형사 책임을 묻는 제도는 법관이 외부의 정치적 압력이나 여론의 눈치를 보며 소신 있는 재판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법관들 사이에서는 이 법이 도입될 경우 사법부의 자율적인 판단 영역이 크게 축소되고, 결국 재판 결과가 정치적 상황이나 권력의 입맛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증대되어 사법 질서 전반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법관대표회의에 앞서 전국 법원장 40여 명이 모인 전국법원장회의 또한 지난 5일 해당 법안들에 대해 "재판의 중립성과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위헌성이 있다"며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는 법원 내부의 최고위 회의체부터 실무 법관들의 대표 기구까지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며 입법부의 사법권 침해 시도에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사법부는 이처럼 일련의 입법 움직임이 재판의 신속성과 집중 처리를 위한 노력과는 별개로 사법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킬 위험을 내포한다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특정 사건에 대한 신속한 처리나 국민적 의혹 해소라는 입법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사법부의 결연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이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사법부의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이나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사법부와 입법부 간의 헌법적 충돌은 피할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