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의 17년 무관 사슬을 끊어낸 손흥민의 유로파리그 우승 사례가 2025년 세계 축구계가 목격한 가장 경이로운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됐다. 독일의 축구 이적 시장 전문 매체 트란스퍼마르크트는 최근 202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축구계의 8대 기적을 선정하며 손흥민과 토트넘의 정상을 향한 여정을 주요 사례로 포함시켰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우승 기록을 넘어 선수 개인의 커리어와 구단의 역사가 맞물려 만들어낸 서사적 가치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트란스퍼마르크트가 선정한 올해의 기적 중 가장 상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인구 15만 명의 소국 퀴라소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획득한 사건이다. 14억 인구의 중국을 포함한 수많은 국가가 본선행에 실패한 가운데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가 일궈낸 성과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퀴라소는 네덜란드 이중 국적을 보유한 실력파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고 결국 독일, 코트디부아르, 에콰도르와 함께 월드컵 E조에 편성되는 신화를 썼다.
이어지는 기적의 명단에는 유럽 주요 리그의 이변들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 세리에 A의 볼로냐는 AC 밀란을 결승에서 1-0으로 제압하며 1974년 이후 51년 만에 코파 이탈리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잉글랜드에서는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리버풀을 꺾고 1969년 이후 첫 메이저 대회인 리그컵 정상에 등극하며 오랜 기다림을 끝냈다. 이 밖에도 4부 리그 팀인 그림즈비 타운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승부차기 끝에 격파한 사건과 고 어헤드 이글스의 네덜란드 컵대회 우승, 크리스탈 팰리스의 FA컵 제패 등이 기적의 범주에 포함됐다.
이러한 쟁쟁한 사건들 속에서도 손흥민의 유로파리그 우승은 특별한 비중으로 다뤄졌다. 매체는 토트넘이라는 구단의 우승 자체보다 손흥민이라는 개인의 첫 클럽 우승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다.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후 레버쿠젠과 토트넘을 거치며 세계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한 손흥민은 그간 소속팀에서의 우승 인연이 전무했다. 2018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성과가 있었으나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의 트로피는 15년 넘는 프로 생활 동안 손에 닿지 않는 영역이었다.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동안 무관의 이미지가 굳어진 상태였다. 과거 루카 모드리치, 가레스 베일, 해리 케인 등 팀을 상징하던 스타들이 우승을 위해 레알 마드리드나 바이에른 뮌헨 등 타 구단으로 떠나는 상황에서도 손흥민은 팀에 잔류하며 헌신했다. 조제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등 세계적인 명장들이 거쳐 갔음에도 해결하지 못했던 토트넘의 우승 숙제는 2024-2025시즌 주장 손흥민의 리더십 아래 마침내 해결됐다.
지난 5월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손흥민의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남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결승전에서 토트넘은 브레넌 존슨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0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은 후반 교체 투입되어 공격뿐만 아니라 헌신적인 수비 가담을 선보이며 팀의 리드를 수호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장면은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했다.
이번 우승은 손흥민이 토트넘의 진정한 전설로 공인받는 계기가 됐다. 구단 측은 우승 직후 손흥민을 향해 "진정한 레전드"라는 찬사를 보냈으며 이는 그가 팀에 남긴 유산이 단순히 기록 이상임을 시사했다. 특히 손흥민은 이 우승을 끝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LAFC로 이적하며 유럽 생활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트란스퍼마르크트는 월드클래스 선수가 겪었던 오랜 인내와 그 끝에 마주한 결실이 2025년 축구계가 선사한 가장 아름다운 기적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기사는 손흥민의 사례 외에도 바이에른 뮌헨의 공식 대회 16연승 등 2025년 한 해를 수놓은 다양한 기록들을 조명하며 마무리됐다. 축구 역사는 매년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지만 오랜 기간 침묵했던 거장의 첫 우승과 약체들의 반란은 스포츠가 가진 본연의 감동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