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가구와 주방 수납장 등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계획을 잠정 유보하며 대외 통상 압박 수위를 조절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2026년 1월 1일(현지시간) 대통령 포고령을 통해 당초 이날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해당 품목들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를 2027년 1월 1일로 1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상호관세의 합법성을 둘러싼 미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임박한 가운데, 장기화된 고물가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유예 대상에는 소파와 안락의자 같은 덮개형 가구를 비롯해 주방 수납장, 세면대용 수납장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목재 제품 수입 급증으로 인한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대법 232조를 발동해 주방 수납장 등의 관세를 25%에서 50%로, 덮개형 가구는 30%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관세 인상이 가구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서민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시행 직전에 유예를 선택하며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습이다. 백악관은 이번 연기가 교역 상대국들과의 생산적인 협상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시장에서는 사실상 '용두사미' 격의 정책 후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시장에서는 정책 불확실성과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혼조세를 보였다. 2025년의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지난 31일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기술주 과열 우려 속에 나흘 연속 하락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03.77포인트(0.63%) 하락한 48,063.29에 장을 마쳤으며, S&P 500과 나스닥 지수 역시 각각 0.74%, 0.76% 내리며 한 해를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내년도 기업 이익 성장률이 현재의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표하며 위험 회피 성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유예는 대법원 판결을 앞둔 법적 리스크 관리와 민심 수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2026년 상반기 중 상호관세의 합법 여부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며, 행정부는 패소 가능성에 대비해 '플랜 B'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산물과 이탈리아산 파스타에 이어 가구 관세까지 줄줄이 후퇴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트럼프 표 '관세 장벽'이 실제 무역 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